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 세력 직격 "민주주의는 협상 불가""주권 무시, 자의적 제재, 일방적 개입 일상화…정당화할 수 없어"트럼프 "룰라와 40초가량 대화, 훌륭한 케미 느껴져"…내주 대화 가능성
  •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50923 AP=연합뉴스. ⓒ연합뉴스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50923 AP=연합뉴스.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토의 연설에서 브라질 전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사건을 거론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반민주세력이 제도를 억압하고 자유를 억누르려 한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브라질은 야심 찬 독재자 지망생과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우리의 민주주의와 주권은 타협 대상이 아니며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11일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쿠데타 모의 △무장범죄단체 조직 △중상해 △문화재 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27년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열대의 트럼프' 또는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친밀감을 숨기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브라질 제품에 대한 50%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알렉산드레 드 모라에스 대법관을 상대로 광범위한 제재를 시행해 내정 간섭 논란을 불러왔다.

    정상들 연설 순서상 트럼프 대통령 바로 전에 단상에 오른 룰라 대통령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다자주의가 기로에 직면해 있다"며 "주권은 무시되고 자의적인 제재와 일방적인 개입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 권력기관과 경제에 대한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과거의 헤게모니를 그리워하는 극우세력의 지원을 받는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공격은 용납될 수 없다"고 힐난했다.

    또한 "다자주의의 위기와 민주주의의 약화 사이에는 분명한 유사성이 있다"면서 권위주의의 재부상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질서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는 리더가 필요하다"며 "21세기는 점점 다극화될 것이다. 평화를 유지하려면 다자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을 담당한 판사의 아내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 브라질 고위 관리 6명의 비자를 전격 취소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평가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역시 브라질에 "검열, 탄압, 사법부 부패"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유엔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브라질 지도자가 나오고 있었다"면서 "내가 그를 보고, 그가 날 봤으며 우린 다음 주에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룰라 대통령과 40초가량 만났다면서 "그는 정말 좋은 사람 같았고, (그와) 훌륭한 케미(chemistry·조화)가 느껴졌다"고 농담조로 언급했다.

    브라질 정부는 양국 정상간 회동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대화가 대면으로 이뤄질지 전화로 이뤄질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 ▲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토의에서 연설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50923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토의에서 연설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50923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별도로 룰라 대통령은 연설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역설하며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참석을 정상들에게 요청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5년 만에 나선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유엔이 주도해온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저감정책에 대해 "전세계에 저질러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1982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2000년까지 전세계적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유엔 관리는 1989년에 10년 내 전체 지구 국가들이 지구온난화로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무슨 일이 벌어지든 기후변화가 되는 것"이라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지구 냉각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상을 향해 "이 '녹색 사기(green scam)'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의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탄소 발자국(온실가스 배출량)'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꾸며낸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탄소 발자국을 줄인 결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생산시설이 붕괴한 사이에 "(더 많은 탄소가) 중국과 그 주변에서 번영하는 다른 나라들에서 나왔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모든 다른 선진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