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시설 공습 언급하며 "나도 전쟁영웅"美 국무 "미국인-이스라엘인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에 대응"ICC "독립성에 대한 공격…압력에 굴하지 않고 임무 수행할 것"
  •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나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50407 AP/뉴시스. ⓒ뉴시스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나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50407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쟁영웅'이라고 치켜세우고, 자신 역시 그렇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튿날 미국 국무부는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발부에 관여된 ICC 판사와 검사 등을 제재 명단에 등록했다.

    20일(현지시각) 폴리티코,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 보수 성향 라디오와 전화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난 협력했다"며 "그는 전쟁영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것 같다"며 "누구도 신경 쓰지 않지만, 나도 그렇다. 내가 그 전투기를 보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6월 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에서 미군이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을 폭격하도록 지시한 만큼 자신 역시 전쟁영웅이라는 논리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전쟁에 참전한 적이 없고, 군 복무 경험조차 없다. 베트남전쟁 징집 당시 5차례 징병 유예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살 때 발뒤꿈치 골극 진단을 받고 의료 면제됐다.

    그런데도 베트남전 당시 5년 넘게 포로 생활을 한 고(故)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두고 "전쟁영웅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한 2020년 잡지 디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사자를 '실패자', '멍청이' 등으로 비하했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전쟁범죄를 일으킨 혐의로 ICC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에 따라 ICC 회원국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 땅을 밟을 경우 체포에 나설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전쟁영웅이라고 치켜세운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 "ICC의 미국인과 이스라엘인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ICC 판·검사 4명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6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문제 삼아 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이후 미국 정부는 이 명령을 근거로 ICC 내·외부 인사들을 제재해왔다.

    이번에 추가 제재 대상이 된 ICC 인사는 킴벌리 프로스트(캐나다), 니콜라 얀 길루(프랑스) 등 판사 2명과 나자트 샤밈 칸(피지), 마메 만디아예 니앙(세네갈) 등 검사 2명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들은 미국 또는 이스라엘 국민을 이들 국가의 동의 없이 조사, 체포, 구금 또는 기소하기 위한 ICC의 특정 악의적 활동에 직접 관여한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ICC의 정치화, 권력 남용, 우리 국가 주권 무시, 불법적 사법 남용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되게 반대해왔다"며 "ICC는 미국과 우리와 가까운 동맹 이스라엘에 대한 법적 공격의 도구가 돼 온 국가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ICC의 불법적이고 근거 없는 활동으로부터 우리 군인과 주권, 동맹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유지한다"며 "난 위대한 미국이 희생한 대가로 자유를 얻은 많은 국가, 여전히 ICC를 지지하는 국가들에 이 파탄 난 기관의 주장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ICC는 "125개국 당사국 위임에 따라 운영되는 공정한 사법기관의 독립성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ICC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의 구성원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잔혹 행위로 희생을 당한 사람들과 강력히 연대한다"며 "ICC는 당사국들에 의해 채택된 법적 체계를 엄격히 준수하면서 어떠한 제약과 압박,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는 전세계적으로 전쟁범죄, 대량학살 등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단죄할 목적으로 설립된 상설 국제재판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당사국이 아니다.

    이에 이스라엘은 지난해 5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됐을 당시 자국이 ICC 관할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당시 ICC는 2015년 팔레스타인이 로마 조약에 서명한 이후 '팔레스타인 영토(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ICC가 관할권이 있다고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