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1척 수주…필리핀 방공레이더 이후 두 번째 완제품 수출2029년 첫 인도, 2030년 배치 계획…"호주에 가장 적합한 호위함"
  • ▲ 일본 모가미형 호위함.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일본 모가미형 호위함.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호주가 신형 함정 도입을 위한 수주전에서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을 최종 채택했다.

    호주 공영 ABC 방송, 로이터·AF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4일(현지시각) 캔버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건조한 모가미급 호위함 11척을 도입해 해군을 현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스 부총리는 호주달러로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계약을 일본과 체결한다면서 "이는 일본과 호주간 체결하는 최대 규모의 방산 계약"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일본에는 첫 호위함 수출 사례이며 완제품 무기 수출로는 필리핀에 판매한 방공레이더에 이어 두 번째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도 같은 소식을 전하며 미쓰비시중공업 등과 세부사항 조율을 거쳐 연내 호주와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첫 번째 함정 인도는 2029년이 목표다.

    앞서 호주 국가안보위원회는 11척의 신형 호위함을 도입하는 사업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모가미급 호위함 개량형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의 메코(MEKO) A200 개량형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일본 측 제안 모델은 독일보다 가격이 20% 이상 높지만, 스텔스 성능과 인력 절감, 건조 속도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운용기간 전체를 보면 인건비를 30%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모가미형 호위함은 독일 함정보다 승무원이 30명 정도 적다"며 "호주 해군도 인력이 부족해 이 점이 (함정 판매의) 최대 무기가 됐다"고 짚었다.

    또 빠른 인도를 중시한 호주에 일본은 연간 2척의 호위함을 건조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말스 부총리는 "호주에 무엇이 가장 적합한 전력 능력인지를 기준으로 결정했다"며 "모가미급 호위함은 호주에 가장 적합한 호위함"이라고 말했다.

    모가미급 호위함은 스텔스 기능을 갖췄으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발사 셀 32개를 탑재하고 있다. 또 장거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능력도 갖췄다.

    팻 콘로이 호주 방산산업장관은 "이 스텔스 호위함 도입은 우리 해군을 더 규모 있고, 더 치명적인 전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11척 가운데 3척은 일본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나머지 8척은 호주 퍼스 인근 헨더슨 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말스 부총리는 새 함정들이 현재 운용 중인 호주의 노후화된 안작급 함정을 대체할 것이며 첫 모가미급 함정은 2030년까지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닛케이는 이번 사업에 대해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일본과 호주간 해군 협력 확대 의미도 있다며 동일한 함정을 사용하면 정비 거점을 공유할 수 있어 유연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상대로도 호위함 수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헌법 9조에 규정된 '평화주의'에 근거해 국제 분쟁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이념에 따라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 왔고, 수출 가능 품목도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무기 수출 규정인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잇달아 개정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평화 국가' 이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으나,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는 등 무기 제조·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