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시한 10시간 전 막판 통화트럼프, 스위스 '무성의'에 격노제약·고급시계 등 대미 수출 직격탄美 USTR "지도자 서명 전까진 확정 아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산 수입품에 최대 39%의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한 것은 스위스가 상품 수지 불균형 해소에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비올라 아메허드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는 트럼프가 설정한 무역 합의 시한을 불과 10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스위스는 연간 400억 달러(약 56조 원) 규모의 상품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는 미국으로부터 돈을 훔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에 실질적인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켈러-주터 대통령이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자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통화 후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산 수입품 관세율을 39%로 상향 조정해 오는 7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4월 2일 발표한 31%보다 높은 관세율을 예고한 것이다.

    스위스 측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켈러-주터 대통령은 통화 다음날 '스위스가 미국으로부터 돈을 훔쳐왔던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무역 적자에 상응하는 관세율을 얻어맞아야 한다'는 생각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다만 39% 관세가 발효되는 오는 7일 전에 워싱턴DC로 넘어가 협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출장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양측 입장이 더 좁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결과적으로 합의가 무산된 것을 두고 "스위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단순한 형식 절차로 여겼던 것이 판단 착오였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차관보가 무역 합의 초안에 동의하면서 스위스 측은 최종 승인이 예정된 수순이라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분야는 스위스의 주력 수출 산업인 '제약'이다. 스위스의 대미 수출에서 제약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애초 합의 초안에는 스위스 주요 제약사의 의약품 수출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리어 차관보는 "스위스산 의약품에도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겠다"고 못 박았다.

    특히 관세와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가 약값 인하를 매우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스위스 제약 업계는 심각한 이중고에 빠졌다.

    고가 소비재 역시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롤렉스·오메가·파텍필립 등 스위스산 명품 시계의 주요 소비국이다.

    스위스시계산업연맹은 "미국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고 놀랐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가족, 백악관 인사들 다수가 스위스 시계를 즐겨 착용해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당혹감은 더 크다.

    스위스 고급 시계 컨설턴트 올리버 뮐러는 블룸버그에 "관세가 예정대로 부과되면 미국 내 소매 가격이 12~14%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