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 재판서 증언"포고령 모호 … 정치적 목적으로 체포한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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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3.20. ⓒ정상윤 기자
12·3 비상계엄과 관련 경찰 수뇌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구민회 육군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이 계엄 당일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6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등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공판을 열었다.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구 과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대우 방첩사 방첩수사단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에게 연락해 체포조 지원 활동 등에 대한 요청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구 과장은 "경찰 100명과 조사본부 100명 인원 얘기가 돼 있다"며 "경찰에는 호송차량 협조를 요청하고 조사본부에는 구금시설 여부를 확인하라고 (김 수사단장이) 말했다"고 증언했다.그는 "(김 수사단장이) 체포한다는 용어를 쓰신 건 맞고 명단을 설명해줬기 때문에 체포명단이라고 생각했다"며 김 수사단장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듣고 자신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해당 명단에는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조국, 김어준, 정청래, 박찬대 등이 적혔다고 증언했다.이밖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학영 국회 부의장,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 등에 대해선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단장님에게 어떤 사람인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체포 명단에 권순일, 김동현 같은 판사 명단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구 과장은 "이 전 계장과 통화에서 (경찰) 수사관 100명이 온다고 들어서 '어떻게 오는지 명단을 알려달라', '호송 차량을 지원해달라' 이런 얘기를 나눴다"며 "조 편성은 5명씩 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구 과장은 "(이 전 계장이) 계엄 하 임무 내용에 대해 알고 있던 거라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통화에선 "(이 전 계장이) 누굴 체포하는 것이냐고 해서 '이재명, 한동훈이다'(라고 답한) 대화 내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또 '구 과장이 이 전 계장,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인력 지원을 요청했으니 서로 경찰은 국방부에, 국방부는 경찰에 인력 요청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 아니냐'는 검찰 측 질문에 "네. 당연히"라고 답했다.다만 구 과장은 계엄 당시 체포 이유는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엄이 선포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구나'라고 짐작만 했다"며 "계엄 상황이라 해도 무작정 체포할 순 없어서 혐의가 뭔지, 영장이 발부된 건지 단장과 얘기 나누고 법무실에 문의를 해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포고령 내용이 상당히 모호한 정치 활동 금지 등 정치적 상황이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 체포하는구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한편 재판부는 이날 구 과장의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박창균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