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는 거친 파도 견디지 못해"…반미 포위전선 구축 시도베트남 "中과의 관계 발전은 최우선 과제…국제무역 질서 유지"'트럼프 관세' 46% 베트남 이어 49% 캄보디아, 24% 말레이 순방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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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중국공산당 총서기, 좌)과 또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반미(反美) 우군 확보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중국공산당 총서기)이 올해 첫 해외 순방지인 베트남 방문에서 '일방적 괴롭힘'에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이에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럼(Tô Lâm)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등 베트남 지도자들은 관세 등 미국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과 철도 등 산업·기술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하노이에서 또럼 서기장, 팜 민 찐 총리 등 베트남 최고 지도부와 만나 회담했다.그는 "돛이 하나뿐인 작은 배는 강한 바람과 파도를 견딜 수 없고, '동주공제(同舟共濟, 같은 배를 타고 물을 건넌다)' 해야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경제 글로벌화의 수혜자로서 전략적 의지(定力)를 강화하고 일방적인 괴롭힘에 공동으로 반대하며 글로벌 자유무역체제와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세계를 상대로 시도 중인 관세 인상을 '일방적 괴롭힘'으로 규정해왔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중국을 향해 20%의 보편관세와 125%의 상호관세 등 총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베트남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중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산 상품의 대미 우회 수출경로로 낙인이 찍혀 46%라는 초고율 상호관세 표적이 됐다.이어 시 주석은 "중국과 베트남이 운명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양국이 평화 발전의 길을 가고 15억명 이상의 양국 국민이 함께 현대화에 진입하는 것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강력히 지킬 것이며 공동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양국 모두 대외개방을 유지해야 하며 지역의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한 흐름을 지켜야 하며 경제 글로벌화를 촉진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시 주석은 "지난 75년 동안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양국은 국가 독립과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서로 지지했고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연대와 협력의 모범을 보였다"며 "복잡하고 다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양국이 평화 발전을 고수하고 우호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에 소중한 안정성과 확실성을 가져다줬다"고 주장했다.시 주석은 전날 회담에서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6대 조치도 제시했다.6대 조치는 △고위급 소통 강화 등 전략적 상호신뢰 증진 △외교·국방·공안(경찰)분야 장관급 '3+3' 전략적 대화 및 국경간 범죄 공동대응 등 안보협력 강화 △철도·도로·AI 등 산업 협력 확대 △인문 교류 △다자 협력 △더 긍정적인 남중국해 해상교류 등이다. -
-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중국공산당 총서기, 우)이 또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마친 후 베트남 하노이의 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함께 양국간 체결했던 협정서 사본을 들러보고 있다. 250414 AP/뉴시스. ⓒ뉴시스
럼 서기장도 "중국과의 관계 발전은 베트남의 객관적 요구이자 전략적 선택이며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간주한다"면서 시 주석이 수교 75주년 계기 베트남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로서 양국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이어 양국 고위급 교류와 안보·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한편, "베트남은 중국과 협조를 강화해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평화공존 5원칙과 국제무역 규칙을 수호하며 양국 합의를 준수해 세계평화 촉진에 이바지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평화공존 5원칙은 1953년 중국 초대 총리 겸 외교부장(외교장관)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인도와 국교 수립을 준비하는 과정에 확립한 외교 강령이다.1954년부터 정식으로 적용됐고 이듬해 5월 미국-소련 냉전에 맞서 '비동맹' 노선을 제시한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의 정신적 기초가 됐다. 5원칙은 △상호 주권·영토 완전성 존중 △상호불가침 △내정 불간섭 △평등·호혜 △평화공존이다.이에 따라 양측은 고위급 교류를 빈번하게 유지하고, 양국 외교·국방·공안분야의 '3+3' 전략대화 메커니즘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럼 서기장은 또 베트남과 중국이 디지털 전환 등 과학기술협력을 강화해 양국 관계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와 관련, 현재 중국이 큰 흑자를 내는 양국간 무역수지 균형을 개선하고, 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의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지원해줄 것을 시 주석에게 요청했다.아울러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상황에 관해 럼 서기장은 "베트남은 중국과 해상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고 해상 안정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두 정상은 국제법에 따라 갈등을 적절히 해결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을 준수하기로 뜻을 모았다.뿐만 아니라 국제법과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남중국해 행동준칙(COC)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가 전했다.회담 후 양국은 철도 등 상호연결성, AI, 검역, 농산물 무역, 문화, 체육, 민생, 인적 자원, 미디어 등 분야에 걸친 총 45건의 합의를 체결했다.시 주석은 서열 3위 팜 민 찐 총리와도 회담하고 "양측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중-베트남 운명공동체 건설의 정치적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며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패권주의·일방주의·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하고 글로벌 발전·안보·문명 이니셔티브를 이행해 국제 공정과 정의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팜 민 찐 총리는 "중국과 국제 및 지역업무협력을 강화하고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국제정세 속에서 전략적 결단력을 유지하며 다자주의와 국제 질서를 함께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시 주석은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이들을 비롯해 서열 1~4위 인사와 모두 만났다. 이번 방문은 시 주석이 주석 자격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는 4번째 방문으로, 럼 서기장의 중국 국빈 방문 이후 9개월 만의 답방이다.이어 15~18일에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를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시 주석의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은 미·중 관세전쟁에서 '반(反)트럼프 연대'를 구축하는 차원으로 진행됐다. 시 주석이 방문 예정인 캄보디아에는 49%, 말레이시아에는 24%의 관세를 부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