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덴마크 대형 연기금, 美 투자 비중 재평가트럼프 통상정책 예측 불가능성·영토 확장 발언 影向美 사모펀드 유동성 압박 높아질 듯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연합뉴스
    세계 최대 연기금들이 미국 사모펀드 시장 투자를 중단하거나 투자 비중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무역정책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대형 캐나다 연기금과 덴마크 연기금 등 글로벌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지정학적 우려와 세금 혜택 상실 가능성을 들어 미국 사모시장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통상 정책과 공격적인 영토 확장 발언이 글로벌 자본 흐름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7000억 캐나다 달러(약 719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캐나다 최대 연기금 연금계획투자위원회(CPPIB)는 미국 사모시장에 대한 투자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PPIB는 9월 말 기준, 미국 달러로 사모펀드에 약 500억달러(약 71조원)를 투자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이 펀드와 논의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배경을 감안할 때 CPPIB가 미국 사모펀드에 새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CPPIB는 공식적인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해 미국의 51번째 주 편입을 제안하는 등 모욕적인 언사를 거듭한 점도 양국간 긴장을 조성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밖에도 세금혜택 상실 가능성도 업계가 신규 투자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요인이다.

    또한 덴마크의 한 대형 퇴직 펀드는 이미 미국 사모펀드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이 연기금의 고위 임원은 "일부 사모펀드가 대미 투자를 제안한다면, 상황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때 다시 오라고 말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투자 조건에서 상당한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덴마크 연기금들이 미국 투자를 꺼리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통제권 양도 요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 임원은 덧붙였다.

    1500억 덴마크 크로네(약 32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아카데미커펜션의 안데르스 쉘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투자 포트폴리오에 근본적인 변화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면서 "반년 안에 미국 자산에 대한 전략적 익스포저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 경제부 장관 스테파니 로스는 "펀드들이 위험과 불확실성 때문에 대미 투자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결정은 관세와 그린란드 모두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연기금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 사모자본 산업에 추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FT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