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등 동맹들과 경제적으로 단결해 中에 공동대응"
  •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연합뉴스.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근 관세 정책이 일부 완화된 가운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그 조율의 중심에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베선트 장관이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 손잡고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뉴스레터를 통해 "베선트 장관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大) 포위 전략'을 구상 중"이라며, 최근 그의 일련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9일 미국은행연합회(ABA) 행사에서 "우리는 아마도 동맹들과 협의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훌륭한 군사 동맹이었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완벽하지 않았다.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단결해 중국에 공동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일본, 한국, 인도, 베트남 등 중국 인근 국가들이 보복보다 협상을 택하고 있다"며 "모두가 협상 테이블에 나와 있고, 중국은 사실상 포위됐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145% 상호관세’ 정책 이후 각국의 반발이 잇따르고, 중국이 이를 틈타 영향력 확대에 나선 상황과 맞물린다.

    지난달 30일에는 한·중·일 3국이 5년여 만에 경제통상장관 회의를 열고,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선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4일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외교전에 나선다.

    베선트 장관은 북미와 유럽을 겨냥한 공동 대응 구상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멕시코·캐나다와의 협력에 대해 "3국이 중국산 제품의 북미 유입을 막는 방패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근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EU는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그건 자기 목을 스스로 베는 것이 될 것"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베선트 장관의 전략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마셜플랜에 비유했다. 당시 마셜플랜은 서유럽의 공산화를 저지하기 위한 경제·정치적 포위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중국 포위망' 구상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이 구상에 얼마나 동의하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으며, 동맹국들이 미국을 이용해 왔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블룸버그는 "베선트 장관의 전략적 구상이 현실화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트럼프 대통령일 수 있다"며, 다른 경제 참모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나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도 베선트의 구상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