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 변론기일 출석 경찰, 인력 4000여 명·버스 100여 대 투입헌재 정문 앞 '1인 시위'도 금지 "이동하라"오후 1시~5시 헌재 방향 통행 금지하기도
  •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안국역 사거리에 경찰 버스·가벽 등으로 세운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기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안국역 사거리에 경찰 버스·가벽 등으로 세운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기명 기자
    "헌법재판소(헌재) 방문증 보여달라. 없으면 못 지나간다" 경찰이 질서 유지선 안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행인(남·30대)에게 말했다. 남성이 "이런 식으로 길을 막는 것이 어디 있느냐. 그냥 헌재 앞을 지나가는 것도 안 되는 것이냐"고 묻자 경찰은 "들여보낼 수 없다"라고 반복적으로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 탄핵 심판에 출석한 21일. 헌재 정문 앞 왕복 2차선 도로에는 오전 9시께부터 수십 대의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버스 간 간격은 약 10cm로 버스 사이로 사람이 지나갈 수 없었다.

    이날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헌재 주변에는 경찰 버스 150여 대와 경력 4000여 명에 달하는 64개 기동대가 투입됐다.

    지난달 3일 선포된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이날 윤 대통령은 외부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헌재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일렬로 서서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이기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헌재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일렬로 서서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이기명 기자
    경찰 인력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참석하기 약 2시간 반 전인 오전 11시 20분쯤부터 헌재 정문 앞 지지자들에게 "이동해 달라" "여기에 서 있으면 안 된다" "안국역 5번 출구 앞쪽에 신고된 집회지로 가 달라"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법원 인근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집회가 금지돼 있다. 다만 집시법의 적용 대상은 2인 이상의 집회나 시위다. 1인 시위는 집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새벽부터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헌재 앞을 지키고 있었다는 50대 남성 김모 씨는 "경찰이 시민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법원 앞이라도 1인 시위는 되는 것 아닌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헌재 인근 인도에서 보행자들의 얼굴을 채증하고 있다. ⓒ조문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헌재 인근 인도에서 보행자들의 얼굴을 채증하고 있다. ⓒ조문정 기자
    일부 지지자들이 "자리를 옮기지 않겠다"며 경찰의 해산 요청을 거부하자 경찰은 11시 40분쯤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한 경찰은 "여러분들이 계속 법원에 계시면 찬반 단체 간의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에 안국역 5번 출구 쪽으로 이동해달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후 지지자들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안국역 쪽으로 향했다.

    헌재에서 안국역 5번 출구 쪽으로 가는 길에는 일부 경찰들이 '촬영 중, 수사 목적 증거 수집'이라고 적힌 카메라를 들고 행인들의 얼굴을 촬영하고 있었다.

    촬영 중이던 경찰 관계자는 "안전 사고에 대비하고 혹시 사고가 난다면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헌재 앞 탄핵반대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헌재 앞 탄핵반대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명 기자
    오후 2시경 안국역 5번 출구 앞에는 '헌재 앞 탄핵반대 국민대회'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최 측 추산 5000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었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함께 2020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의 문구인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부정선거 멈춰라)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부정선거 아웃(OUT) 가짜 국회' '이재명 구속' '민주당 사기불법 탄핵 완전무효' '반란 수괴 사법농단 이재명' '새해 소원은 이재명 체포' 등의 팻말도 보였다.

    안국역 6번 출구 앞에서는 '탄반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30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주요셉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소가 야당의 후안무치한 정치권의 폭정을 멈춰주기 바란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에 따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따른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헌재 앞 도로에 경찰 버스가 일렬로 주차돼 있다. ⓒ이기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참석한 21일 헌재 앞 도로에 경찰 버스가 일렬로 주차돼 있다. ⓒ이기명 기자
    집회지와 헌재 사이에는 수십 대의 경찰 버스와 약 4m 높이 임시 '경찰 벽'으로 막혀 있었었다. 윤 대통령이 헌재 앞에 도착한 오후 1시 15분 이후부터 헌재를 빠져나간 오후 5시 30분까지 안국역 사거리는 북쪽 방면(헌재 방향)과 남쪽 방면(집회지 방향)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경찰은 안국역 사거리에서 북쪽 방면으로 가는 보행로는 질서 유지선을 구축하고 '헌재 방문증'을 소지한 보행자만 통행하도록 했다. 이날 일부 보행자들은 경찰 질서 유지 요구에 따라 헌재 쪽으로 가려다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