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후에도 왕래 계속 … 아내는 집안일, 남편은 생활비 남편 사망 후 아내 유족연금 신청, 연금공단 '불인정'法 "배우자 유족연금은 법률상 혼인 여부만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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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지방법원 전경.ⓒ인천지법 제공
오랜 기간 별거 중이라도 법률상 혼인 관계를 유지했다면 배우자는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성수)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 수급권 미해당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A씨는 남편 B씨와 30년 전 결혼했으나 B씨가 감염성 질환을 앓은 무렵인 2009년부터 별거 생활을 했다.그러나 A씨와 B씨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A씨는 B씨의 식사와 빨래 등을 챙기기 위해 원래 살던 곳에서 10분 거리에 B씨의 자택을 마련했다. 자녀 결혼이나 친인척 장례식에도 동행했다.B씨도 지난해 3월 사망하기 직전까지 자신의 수입을 자녀와 A씨를 부양하는 데 사용했다.A 씨는 B씨 장례 이후 B씨가 숨지기 전까지 받던 노령연금을 근거로 유족연금을 받겠다고 국민연금 공단에 신청했다.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위원회 심의를 거쳐 "(A씨 부부의) 생계유지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는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유족연금은 공적연금 수급권자가 사망하면 이들에게 그동안 의존해 온 유족이 생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지급하는 연금 급여다. 사망한 연금 수급권자의 아내, 25세 미만 자녀, 60세 이상 부모 등이 받을 수 있지만, 가출이나 실종 등 명백하게 부양 관계가 없는 사이로 확인되면 받을 수 없다.A씨는 지난해 8월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A씨는 별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남편이 사망할 때까지 계속 서로 왕래했고, 부부가 생계를 같이 꾸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연금법에 따른 배우자로서 유족 연금 수급권자에 해당하므로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법원도 유족연금 수급 대상자 중 배우자는 사실상 혼인 여부만 따져 지급해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공단은 A씨에게 한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판결한 것이다.재판부는 "유족연금은 자신이 보험료를 내고 그에 따른 연금 급여를 받는 게 아니라 결혼이나 의존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파생 급여"라고 전제했다.이어 "배우자에게까지 의존성 여부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로 연금 수급권 일부를 나눠 가진 전 배우자가 수급자 사망 후에도 유족연금 일부를 계속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의존성 여부에 따라 유족연금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다른 유족의 경우와 달리 배우자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결혼 여부만 따져 지급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