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 vs '발주자' 놓고 원심과 판결 엇갈려대법, 무죄취지 판결한 원심 유죄취지 파기환송
  •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대법원. ⓒ뉴데일리 DB
    인천항 갑문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 당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과 인천항만공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인천항만공사는 2020년 A회사와 인천항 갑문 정기보수공사 도급 계약을 맺었다. 해당 회사의 근로자 B씨는 그해 6월 갑문 상부 18m 높이에서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치료 중 숨졌다.

    최 전 사장은 같은해 6월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발주처인 인천항만공사가 사실상 원도급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최 전 사장 등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최 전 사장과 인천항만공사의 지위가 '도급인'인지 '발주자'인지가 재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하면 도급인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을 주도하거나 총괄하지 않는 건설공사 발주자는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사장 등을 도급인으로 판단해 인천항만공사에 벌금 1억 원을 선고하고 최 전 사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전 사장과 인천항만공사는 인력이나 자산 규모가 열악한 하도급업체에 갑문 정비공사를 외주화한 뒤 책임을 모두 업체에 떠넘기고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인천항만공사가 건설공사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최 전 사장 등이 도급인으로서 산재 예방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은 "최 전 사장은 소속 근로자외 하청업체가 사용하는 근로자의 안전보건 사항을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라며 "사고나 근로자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등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인천항만공사도 "건설공사 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며 유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