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별 반도체 수출량 상한 정할 수도""트럼프, 레거시 반도체 관련 中 제재할 것""新자유무역원칙은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
  • ▲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2024 산업보안 컨퍼런스' 및 '제14회 산업기술보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국가정보원 제공
    ▲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2024 산업보안 컨퍼런스' 및 '제14회 산업기술보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국가정보원 제공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동맹국이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거나 제재에 대한 위협이 더 커질 수 있다."

    케빈 울프 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 차관보는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2024 산업보안 컨퍼런스' 및 '제14회 산업기술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이런 전망을 내놨다.

    울프 전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다음 주 바이든 행정부는 수백 개의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반도체 제조 장비 등 네 가지 기술을 중국 기업이 개발하게 되면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러운 관측"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말기나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특정 국가에 대한 반도체 수출량의 상한이 정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상당히 고려하고 수출 통제가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수출 통제를 다른 어떤 것을 얻어내기 위한 거래의 도구로 사용할 것이며 동맹국의 우려에 대해서는 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수출 통제 정책을 더 많은 기업에 대해, 더 많은 범위에 적용하는 등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형태로 펼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레거시 반도체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레거시 반도체와 관련해서도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상업적인 레거시 반도체 기술을 군 현대화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 통제가 효과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더라도 중국의 그러한 가능성을 차단해야겠다는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국제안보무역협회장인 스즈키 카즈토 동경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가 의존해 온 세계무역기구(WTO)가 힘을 잃은 현실에서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중국 등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 정책) 원칙이 미래 국제 경제 질서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카즈토 교수는 "WTO의 분쟁 해결 메커니즘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기에 WTO 규정에 의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제 무역에 의존하는 일본과 한국은 무역을 촉진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국제 규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에게 일정 수준의 규칙은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제 무역을 더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해야 하는 항목은 조금 제한하되, 관리 대상이 아닌 항목은 WTO 규칙에 따라서 가능한 자유무역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의 최대 교역 대상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하지만 안보 측면에서는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고 미국은 지금 중국과 전략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상태"라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공급처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미국이 최근 아웃바운드 투자를 통한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정 본부장은 "외국 기업이 미국 내 핵심 유망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을 차단할 뿐 아니라 미국인 혹은 미국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하면서 기술을 유출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16년 이후에 위험성이 인정되거나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중국의 대미 투자에 대해서 인수금지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며 "이러한 인수금지 조치는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시작돼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잇따랐다"고 덧붙였다.
  • ▲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2024 산업보안 컨퍼런스' 및 '제14회 산업기술보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환영사하는 모습. ⓒ국가정보원 제공
    ▲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2024 산업보안 컨퍼런스' 및 '제14회 산업기술보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환영사하는 모습. ⓒ국가정보원 제공
    한편, 조태용 국정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기에는 기업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보안 역량을 키우는 노력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등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날이 갈수록 다양화, 지능화되는 기술 유출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도 개선, 유관기관 협력, 현장과의 소통 강화를 긴밀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기술 보호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협력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