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시트, 주한미군 전력 언급조차 없어'現 수준' 빠진 SCM … 미군 태세 조정 신호美의 中 견제 속 대북 전력 축소 우려3축 체계 미완 … 전작권 전환 속도전 위험전작권·美北 협상·태세 조정 '삼중 압박' 직면
  •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마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마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관세·안보 협상 국면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 건조 지역' 논란이 부각되면서 정작 주한미군 태세 조정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 등 핵심 안보 의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최종 상태'조차 규정되지 않은 전작권 전환이 주한미군 태세 조정과 맞물려 속도가 붙으면 그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감시·정찰 능력이 부족한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재래식 억제를 주도한다면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과 언론을 뒤덮은 원잠(SSN)은 본질적으로 여러 무기 체계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미국의 핵탄두를 탑재한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겠지만, 전략핵잠수함(SSBN)과 같은 잠수함발탄도미사일(SLBM) 플랫폼 수준의 전략 자산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사안에 관심이 쏠리면서 정작 주한미군의 제한적 감축·역외 재배치 가능성과 전작권 조기 전환 등 중대 의제는 공론의 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 ▲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14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동시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14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동시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現 수준 유지' 빠진 팩트시트·SCM 공동성명 … 불확실한 주한미군 태세

    19일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현 시점의 최대 안보 변수는 주한미군 태세 변화의 불확실성이다. 미국 국방부가 향후 주한미군의 전력 규모와 배치 조정을 어떻게 정리할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한미 양국은 '감축은 없다'거나 '현 수준 유지'라는 명확한 표현 대신 '주한미군은 지속 주둔한다'는 수준으로 후퇴한 표현을 선택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주한미군 규모가 명시되지 않은 채 "미국은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통한 대한방위공약을 강조했다"고만 적혔다. 같은 날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 성명에도 "주한미군의 전력 및 태세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돼 있을 뿐, 2008년 이후 대부분의 SCM 공동성명에서 반복적으로 명시돼 온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은 빠졌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방어 태세를 유지한다는 문구가 있는 만큼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더라도 필요 시 보완 전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미 의회의 국방수권법에는 여전히 '주한미군 약 2만8500명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주한미군 전력이 단기에 급감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전직 안보 관료는 뉴데일리에 "외교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해석이나 전망이 아니라 공식 합의문에 어떤 문구가 남았는가 여부다. 팩트시트에는 주한미군 전력 수준 유지에 대한 언급조차 빠졌다"며 "주한미군 전력이 어느 수준에서 유지되고 어떻게 보완될 지에 대한 명확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우려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 ▲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盧 정부 '전략적 유연성 합의' 우회 언급 … 中 견제와 주한미군 조정 연결

    특히 팩트시트의 흐름에는 미국이 향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할 여지가 엿보인다. 한미동맹 현대화 부문에서는 전작권 전환 협력과 한국 주도의 대북 재래식 방위 주도 뒤에 2006년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사실상 언급됐으며, 이어지는 한반도 및 지역 사안에 대한 공조 부문에서는 항행·상공비행의 자유, 합법적 해양 이용 수호, 국제해양법 합치,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이 명시됐다.

    이는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불법으로 판정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동중국해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겨냥한 것으로,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와 한반도 전력 운용 문제의 연계성이 더 선명해지는 대목이다.
  • ▲ 2024년 4월 19일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2024년 연합편대군 종합훈련(KFT·Korea Flying Training)'에서 미공군의 MQ-9 리퍼 무인공격기가 이륙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뉴시스
    ▲ 2024년 4월 19일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2024년 연합편대군 종합훈련(KFT·Korea Flying Training)'에서 미공군의 MQ-9 리퍼 무인공격기가 이륙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뉴시스
    ◆대중 전력 강화 속 '北 전용 전력'이 우선 축소 대상

    미국이 대중 견제에 중심을 두고 분산·유연 군사 태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에 배치된 약 2만 명 규모의 미 육군 전력은 대부분 '북한 억제' 임무를 맡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운용 기준에서 주한미군의 육군 전력이 활용도가 낮은 만큼 향후 조정·감축 우선 순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7월 발표한 '미국의 군사력 재배치 전망과 한미동맹'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변화 시나리오로 미군 철수, 대규모 감축, 제한적 감축, 미군 역할 조정, 현상 유지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하며 '미군 역할 조정'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꼽았다.

    미군 역할 조정 시나리오는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을 좀 더 기동성이 높은 경(輕)전투여단(LBCT)이나 특수작전부대로 대체하고, 극초음속 무기 등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과 사이버·전자전·우주·정보영역을 통합 운용하는 육군 다영역기동부대(MDTF)의 일부를 한국에 배치하는 구상이 될 수 있다.

    최 교수는 "경전투여단의 존재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MDTF의 일부, 특히 주로 비물리적 전투를 수행하는 MDEB를 한국에 전진 배치하는 것도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조정이라고 판단된다. 이는 오히려 주한미군을 증강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문제는 미국이 대중 전력은 늘리되, 대북 전력은 상대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주한미군 전력의 '질적 강화'가 '양적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미군 전력이 한반도에 증강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대대 단위로 한국에 배치된 MQ-9(리퍼) 무인공격기는 장시간 체공 능력과 넓은 작전 반경을 갖춰 중국을 겨냥한 장거리 감시정찰(ISR)·타격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러한 전력이 단계적으로 증강되면 한반도의 중국 견제 거점화는 더욱 뚜렷해진다. 사이버·전자전 등 비물리적 전력은 한국 입장에서 부담이 크지 않지만, 대북 억제 전력이 줄어들 경우 한반도 억제 태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전작권·트럼프 대북 협상 전략·미군 태세 조정의 '삼중 압박'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 태세 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협상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한국은 다층적 압박을 동시에 받게 된다. 전작권 전환의 '전제조건'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조건1), 북한의 핵·WMD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대응 능력(조건2),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의 역내 안보 환경(조건3) 등으로 구성된다.

    평가와 검증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게 될 한미 연합지휘부인 미래연합군사령부에 대해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를 거치는데, 한미는 2026년 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환이 가능한 '최종 상태'에 대한 정의조차 없는 상태에서 전작권의 평가·검증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북핵 고도화로 기존 대북 제재 해제·경제 인센티브의 유효성이 퇴색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한미군 조정이 매력적인 대북 협상 카드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이 대북 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4500명 감축안'을 비공식적으로 검토했다는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는 당국의 부인에도 주한미군 태세 조정과 북핵 문제가 연계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ISR·우주·통신 자강 미완 … 전작권 조기 전환 땐 공백 커져

    그러나 북핵 위협 억제를 위한 핵심 전략인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는 여전히 부족한 게 한국의 현실이다. 군사통신위성과 정찰·감시 위성, 위성 관제 및 암호·보안 체계 등 핵심 영역은 여전히 동맹국인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가속화와 주한미군 태세 조정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안보 공백은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