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국제 잠수함 기술 컨퍼런스' 개최"美,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제때 공급 어려워""韓, 북중러에 대응하려면 핵추진잠수함 필요""美, 방산 기반 취약 … 中 조선업, 美 232배""美, MRO 넘어 韓과 공동생산·공동개발 해야"
  • ▲ 방위사업청이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2024 국제 잠수함 기술 컨퍼런스'에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야로스와프 지에미안스키 폴란드 해군사령관, 이홍희 대한민국잠수함연맹회장 등 주요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 방위사업청이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2024 국제 잠수함 기술 컨퍼런스'에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야로스와프 지에미안스키 폴란드 해군사령관, 이홍희 대한민국잠수함연맹회장 등 주요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MRO에 그치지 않고 선박 건조 기회도 올 수 있다. 분위기를 봐서는 '존스법'(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 선원이 탑승한 미국 선적의 선박으로만 운송할 수 있다)이 개정돼서 우리도 미국 내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방위사업청이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국제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잠수함 기술의 진화와 우리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2024 국제 잠수함 기술 컨퍼런스'(ISTC)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12분간의 통화에서 한국의 MRO(함정 유지·보수·정비)를 언급한 사실에 주목하며 "한국 조선업계의 함정 MRO·건조가 '별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한국 조선업을 콕 집어 언급하며 협력을 요청했다.

    유 의원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의해 호주는 (최대 5척의) 버니지아급 핵추진잠수함(SSN)을 확보했다. 3척은 미국에서, 나머지는 영국 등이 공급하기로 했는데,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건조 능력이 일 년에 1~2척, 많아야 3척이다. 미국은 중국에 함정 숫자가 뒤져서 쫓아가기 바쁜 상황이다. 미국 코가 석 자인데 핵추진잠수함을 호주가 원하는 시기에 빨리 건조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이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주둔 경비) 증액 요구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를 연계해 한미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많이 올려줌으로써 트럼프 당선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한국은 트럼프 2기에 농축·재처리 기술과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을 확보한다면 윈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들면 분명히 제주도 남쪽으로 내려와 우리의 해상교통로를 위협하는 수단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가 미국에 의존할 수 있는가. 우리의 독자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며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통일 이후에도 잠재적인 위협인 중국, 러시아 등의 해군력과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핵추진잠수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방산업계는 호주를 도와줄 역량도, 국내 수요를 충족할 역량도 부족하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거진 인력 부족, 자재와 부품 부족, 건식 문제 등으로 인해  MRO 지연 문제가 발생하며 존스법, 바이 아메리카 법(Buy America Act)과 같은 법률적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베카 와써 신미국안보센터(CNAS) 국방부문 부국장 및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인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지역 내 방위산업을 통합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MRO 협력을 넘어 '공동생산 공동개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국들과 어떻게 전쟁에 함께 참여해 어떻게 전투할 것인가 계획을 세우고 공동생산 공동개발 무기체계를 함께 사용,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잠수함과의 상호 운용성 연습도 필요하다. 미국은 특히 건조 부분과 모듈화, 생산·제조측면에서 한국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방산 기반이 억제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선박을 생산, 보충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전시에 공급할 능력을 가지는 게 진정한 방산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며 "동맹국들과 상호운용성을 과시해야 적들에게 중요한 시그널을 줌으로써 현재의 위협과 미래의 위협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미 방산협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견제 기조에도 부합한다. 김상배 서울대 미래전연구센터장(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에 따르면 현재 조선업에서 중국의 능력은 미국의 232배에 달한다. 김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이 군사 영역에서 함정 건조능력이라든지 해군력 격차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해양 무기 체계는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인 협력의 구심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석종건 방사청장은 컨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잠수함 독자 개발을 통해 잠수함 기술 강국의 대열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며 "이번 컨퍼런스가 폴란드, 사우디 등 우리나라의 핵심 방산협력 국가와 잠수함 관련 협력도 더 강화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홍희 대한민국잠수함연맹 회장은 환영사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참전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우리의 안보를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는 핵잠수함 건조 기술 등을 전수받을 경우, 우리는 또 다른 안보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미 북한은 핵잠수함을 건조해 핵탄두를 탑재할 것을 공언한 그들이 핵잠수함을 건조해 항구를 벗어나 수중으로, 우리 측 후방이나 교통 통상로를 침투해 공격을 시도할 경우, 우리는 심대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러한 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으로서 적 잠수함의 출항부터 감시, 추적, 격멸할 수 있는 기동력을 보유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건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