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공천 관련 윤석열-명태균 녹취록 파장법조계 "공천 개입 시점 명확하지 않아""당선인은 공무원으로 보기 어려워"
  • ▲ 윤석열 대통령. ⓒ뉴데일리 DB
    ▲ 윤석열 대통령. ⓒ뉴데일리 DB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해당 녹취록에서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당선인 신분으로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다. 이에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전 의원은 이 통화 다음날인 5월 10일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 받아 2022년 6월 1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논란의 핵심은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시점을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2022년 5월 9일로 봐야하는 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2022년 5월 10일로 봐야하는 지와 ▲통화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 지 여부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법조계 "공천 개입 논란 실행 시점 조금 더 따져봐야"

    해당 녹취록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측은 "(공천개입)행위가 영향을 미친 것이 5월 10일 공천 공식 발표"라며 "대통령 임기 중에 일어난 일로 판단하고 있다"고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취록에서 언급된 공천 개입이 실제 실행된 것이 대통령 취임식이 이뤄진 5월 10일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공무원 신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 측의 입장은 다르다.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한 발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공천 관련 의견을 공관위에 전달한 것 만으로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사안을 공천 개입으로 본다는 가정 하에서 본다면 실행된 시점에 대해 조금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법 행위가 이뤄진 시기와 혐의, 그에 대한 증거 등이 명확히 적시돼 고발장이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위반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진식 법무법인 비트윈 변호사는 "회색지대라 굉장히 애매한 사안으로 (당시 윤 대통령 신분을)일반인으로 보기도 애매하고 공직에 있다고 보기도 애매하다"며 "대통령이라는 지위의 중대함을 고려하면 국가공무원법을 형식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인의 지위를 규정하는 법령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도 "아직 확실하게 나온 바가 없고 (개입 행위의 시점에 대해)여야 입장이 갈리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규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도 "통화 시점은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이라면서도 "공무원 신분으로 봐야 하는 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어떤 신분으로 봐야 하는 지는 따져봐야 한다"면서 "다만 통화한 시점은 대통령에 취임하기 하루 전날이라는 변수는 있다"고 말했다. 

    "당선인은 공무원 신분 아냐…수사도 어려워"

    '당선인을 공무원 신분으로 봐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상 정무직 공무원은 취임해야 공무원의 신분을 획득한다"며 "윤 대통령은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을 뿐 대통령에 취임하지 않았으므로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직선거법 9조는 공무원의 중립 의무 등을 정하고 있으므로 공무원 신분이 아닌 자라면 해당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당선인은 아직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라며 "당선인은 국민의힘 당원 자격도 있으니 개인의 의견을 개진한 것에 해당하고 당선인 자격으로 저 정도의 당무 관여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에게 불소추특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과 경찰에 의한 수사에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는 임의 수사와 그렇지 않은 강제 수사가 있다"며 "이번 문제를 헌법학적으로 봤을 때는 수사를 한다 해도 임의 수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또한 '대통령은 강제 수사가 아닌 임의 수사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이 헌법학자들의 다수 의견"이라고도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도 "지금까지 대통령 불소추특권 사안을 수사한 케이스가 없다"며 "법리상 불소추특권 범위에 수사도 본질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수사를 하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