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 등 군사적 협박, 북핵 발전 계기"韓 "北, 원인과 결과 혼동…핵 개발로 스스로 초래"
  • ▲ 김인철 북한 유엔대표부 서기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김인철 북한 유엔대표부 서기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략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병한 가운데, 유엔 회의에 참석한 북한 측 대표가 최근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미국의 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북한 대표는 28일(현지시각)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나라들이 북한의 자위적 핵 보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한반도 정세 악화의 주범인 미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거의 듣지 못했다"며 "이는 덴마크 왕자가 빠진 '햄릿' 연극과 같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 측 대표들이 북러 군사협력 등 북한의 최근 행보를 연이어 비판하자 적반하장으로 이같이 반발한 것이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브루스 터너 미국 군축대사는 "유감스럽게도 일부 나라들이 러시아의 나쁜 행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중국, 이란과 함께 북한을 지목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에 파견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우리는 이러한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 동맹, 파트너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도 일제히 북한을 규탄했다.

    유리코 로드리게스 포르투갈 군축∙비확산 부문 대표는 "포르투갈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사용되는 군사 장비와 탄도미사일을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것을 규탄한다"며 "이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라인 탐사르 유엔 주재 에스토니아 대사도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이 러시아 편에서 싸우기 위해 개입했다는 최근 보도는 매우 우려되며, 이는 위험한 긴장 고조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방 국가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북한 대표들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반발했다.

    북한 대표로 참가한 조명웅 북한 외무성 전문가는 미국의 지속적인 전쟁 지원과 군사적 대결, 진영 간 대결 행위가 역내 안보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북한 대표는 "70년 넘게 지속된 미국의 핵 위협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촉발했고,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적대 행위와 군사적 협박이 북한이 핵무기를 꾸준히 발전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역사"라고 말했다.

    이에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김성훈 참사관도 "북한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며 반박했다.

    김 참사관은 "북한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며 "북한이 직면한 확장 억제는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북한 측 대표가 한 번 더 반박 발언을 하고 김 참사관 역시 이에 맞대응하면서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유엔 회의에서 논쟁을 벌인 것은 앞선 사례에도 있었다. 

    지난 24일 열린 유엔 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김 참사관이 "화학무기금지협약 미가입국인 4개국, 특히 북한이 전제 조건 없이 또 지체 없이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북한 대표가 "핵보유국을 가르치려 든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참사관이 지난 2017년 북한이 자행한 '김정남 피살 사건'을 에둘러 언급하자, 북한 대표가 격분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양측 대표는 유엔 총회 기간 주말을 제외하고 엿새 연속으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