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8월 민주당에 공문으로 추천 요구 野, 2개월 지나도록 공문에 묵묵부답 일관 정부-국제사회 재단 출범 촉구에도 뭉개기법원 "與 명단 통일부에 안 보낸 의장, 위법"
  • ▲ 서울 마포구에 있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6월 사무실마저 폐쇄됐다. ⓒ뉴시스
    ▲ 서울 마포구에 있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6월 사무실마저 폐쇄됐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아 8년째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이 미뤄지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국민의 인권을 조사하고 감시하는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의도적으로 가로막는 민주당의 행태가 사실상 헌법 가치를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8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보냈다.

    국민의힘은 같은 달 21일 이사 5명의 명단을 국회의장실에 제출했는데, 민주당은 여전히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9월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주민 인권과 대북 지원 민간단체 지원을 담당하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재도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은 요원한 상태다. 북한인권재단 이사진은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5명, 통일부 장관이 2명의 인사를 추천한 뒤 통일부 장관이 임명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사 추천을 8년째 하지 않고 있다.

    여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촉구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민주당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걸 안 하겠다는 건 북한 동포들의 인권 수준에 대해 민주당이 만족하고 동의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여당뿐 아니라 정부와 국제사회도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통일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민주당의 이사 추천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9년 미국 국무부가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엔북한특별보고관도 북한인권재단 실질적 출범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사 추천 뭉개기로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이뤄지지 않자 '행정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사 명단을 내지 않는다면 국회의장이 여당이 낸 5명의 명단이라도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3부는 지난 14일 2심 재판에서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추천 인사들을 북한인권재단 이사로 추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 ▲ 시민단체들이 지난 2022년 7월 국회 정문 앞에서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촉구하과 있다. ⓒ
    ▲ 시민단체들이 지난 2022년 7월 국회 정문 앞에서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촉구하과 있다. ⓒ
    하지만 민주당 소속이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전히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통일부 장관에게 추천 이사 명단을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의장실은 2심 판결에도 불복,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인 김태훈 변호사는 뉴데일리에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위헌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며 "국제사회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증진하자고 만든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요구하는데, 이들은 8년째 전혀 듣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감찰관 임명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해 대응해 오던 정부·여당에서는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두 사안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은 당의 정체성이 달린 문제인 만큼 연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권한을 두고 힘겨루기까지 벌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사안에 대한 당론을 정하기 위해 조만간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문제를 하나로 묶어 대응한 것은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다.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으로 공수처장 추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과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별감찰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자 공수가 교대됐다.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하고 나서자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해야 감찰관 임명 절차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끝내 거부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우리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대표가 이 당론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원내대표에게 의총에서 논의해 결정해 달라고 요청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