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그룹, 로켓인터내셔널에 셀피 인수자금 123억 대여다원→로켓→케이엔제이인베스트→오름에프앤비로 자금 이동철거왕 이금열, 기업사냥꾼과 손잡았다가 '손실'경찰, 무자본 M&A 세력 불법 혐의 수사 박차
  •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서울 본부. ⓒ뉴데일리 DB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서울 본부. ⓒ뉴데일리 DB
    코스닥 상장사 셀피글로벌을 무자본 M&A한 기업사냥꾼들이 '철거왕'으로 유명한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 측 자금을 끌어와 인수자금을 충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장 측은 셀피글로벌 인수 세력들에게 거액의 인수자금을 대줬지만 기대한 수익은커녕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본보가 입수한 셀피글로벌 외부전문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안모씨 일당은 이 회장의 자금을 빌려 셀피글로벌을 인수했다. 

    다원그룹 계열사들은 안씨 등 기업사냥꾼 일당의 유령회사와 대부업체 등을 통해 셀피글로벌 인수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셀피글로벌은 감사보고서 미제출로 거래정지 된 뒤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태로 경영진들의 부정 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다원그룹 새날씨앤피·씨지주택, 로켓인터내셔널에 123억 대여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안씨는 2022년 초 셀피글로벌(당시 아이씨케이)을 무자본 인수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알고 지내던 또 다른 기업사냥꾼 박모씨와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

    안씨 측은 당초 모 증권사의 자금을 끌어올 계획이었으나 실패했고 박씨가 새로운 자금조달원으로 부동산 시행업 등을 하던 임모씨를 안씨에게 소개했다.

    임씨는 자신이 실소유하던 회사인 로켓인터내셔널을 통해 새날씨앤피와 씨지주택으로부터 각각 53억 원과 70억 원 등 123억 원의 자금을 빌려왔다. 새날씨앤피는 이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고 씨지주택(구 이와소종합건설)은 이 회장의 부인 김모씨가 실소유하고 있는 두양종합건설의 자회사다.

    임씨가 빌려온 자금은 케이엔제이인베스트라는 대부업체에 투자됐고 케이엔제이인베스트는 이 자금을 다시 주식담보대출로 오름에프앤비에 대여했다. 오름에프앤비는 2022년 8월 이 회장으로부터 빌려온 돈과 모회사 오름에스엠씨로부터 투자 받은 자금을 합쳐 총 191억 원으로 셀피글로벌을 인수했다. 

    무자본 M&A세력에 인수된 셀피글로벌은 '탭투페이(Tap to pay)'와 리튬 등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등 현실성 없는 허위 공시를 남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주가 부양에는 실패했다. 이에 2022년 9월 케이엔제이인베스트가 담보로 잡고 있던 셀피글로벌의 주식은 반대매매가 이뤄졌고 주가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셀피글로벌의 자회사인 플러스메터리얼즈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셀피글로벌은 지난해 3월 결국 거래정지됐다.<관련기사: [단독][자본시장의 검은손④]셀피글로벌 작전 주도한 기업사냥꾼들, 거래정지 직전 회삿돈 횡령 의혹>
  • ▲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본사. ⓒ뉴데일리 DB
    ▲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본사. ⓒ뉴데일리 DB
    ◆"인수 직후 회삿돈으로 '철거왕' 돈 갚으려 해"

    임씨와 다원그룹과의 관계성은 인수 이후에도 포착된다. 임씨가 셀피글로벌의 자회사 플러스메터리얼즈를 통해 또 다른 다원그룹 관계사와 자금거래를 하려다 이사진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임씨는 셀피글로벌 인수 직후인 2022년 8월 말 마론과 디와이디평택 등 다원그룹 계열사와 수십억원대 자금 거래 계약을 맺었다가 이사진들의 반대로 계약을 철회하고 자금을 회수했다.

    이들은 셀피글로벌을 인수한 뒤 안씨가 1명, 박씨와 임씨가 각각 2명씩을 이사진으로 선임했는데 안씨와 박씨 측 이사가 임씨의 이 같은 거래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론과 디와이디평택은 두양종합건설의 자회사다. 두양종합건설은 마론·디와이디평택과 함께 로켓인터내셔널에 셀피글로벌 인수자금을 대여한 씨지주택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셀피글로벌 내부 관계자는 "임씨가 플러스메터리얼즈를 통해 총 68억 원의 돈을 마론과 디와이디평택 등에 넘겼다"며 "이를 알게 된 이사진들이 제동을 건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후 내용증명을 보내고 돈을 회수하라고 해서 돌려받았다"며 "임씨가 이 회장에게 빌린 123억 원 중 일부를 갚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철거왕, 기업사냥꾼과 손잡았다가 '손실'

    다만 결과적으로 이 회장은 셀피글로벌 무자본 M&A 사건에서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이 로켓인터내셔널에 넣은 자금은 '대여금'이었으나 로켓인터내셔널이 이 돈을 케이엔제이인베스트에 넣을 때는 '투자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케이엔제이인베스트는 로켓인터내셔널에 돈을 갚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주가가 떨어지니까 바로 담보로 잡고 있던 주식을 반대매매해 원금과 이자 등을 챙겨갔기 때문에 손해 본 게 없다"며 "하지만 로켓인터내셔널이 넣은 돈은 투자금이기 때문에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회장은 1980년대 철거업체 '적준'으로 시작해 철거 업계를 장악하면서 '철거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1998년 회장 추천으로 28세 때 적준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적준은 한 때 국내 철거 시장의 80%를 점유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사명을 적준에서 다원으로 바꾸고 건설사 등을 인수해 건설 시행과 시공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3년에는 10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리고 서울시의회와 도의원, 공무원들에게 뇌물 45억 원을 전달한 사실이 적발돼 징역 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