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 現 경영진 해임 임시주총 소집 요청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도 제기소액주주聯, 설립 2달여 만에 지분 21% 확보"무자본M&A 세력 몰아내고 경영 정상화할 것"
  • ▲ ⓒOpenAI
    ▲ ⓒOpenAI
    [편집자주]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린다. 돈과 자본을 매개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사회 근간을 떠받치고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런 자본시장에는 늘 명과 암이 존재한다. 일확천금을 쫓으며 선량한 투자자들의 급소를 노리는 특정 자본 세력들은 음지에 숨어 온갖 불법을 일삼으면서 시장경제를 교란하고 무너뜨린다. 우리는 이들을 '작전세력'이라고 부른다. 주식 투자자 1500만 시대를 맞은 가운데 공정한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뉴데일리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특정 세력들의 실체를 추적하고 자본시장의 명암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무자본 M&A 세력들과의 전쟁에 나선 국내 카드 제조사 '셀피글로벌'의 소액주주들이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4월과 5월 조합을 잇따라 설립하고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냄과 동시에 회사 측에 현 경영진들의 해임안을 의결할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청을 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회계장부를 확인해 주식 거래 정지 원인을 확인하고 현 경영진들의 불법 사항이 발견될 시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어서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 간의 쟁탈전이 예상된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민사11부는 오는 7월17일 셀피글로벌주주1·2·3호조합 등이 셀피글로벌 법인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 첫 심문기일을 연다.

    주주조합 측은 지난 17일 법원에 셀피글로벌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위한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셀피글로벌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조합 측에 완료일까지 하루에 1억 원의 지연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조건도 덧붙였다.

    1호조합 윤정엽 대표는 "셀피글로벌 거래 정지의 원인은 전 경영진들의 횡령"이라며 "횡령이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무려 15개월을 기다렸지만 경영진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회사는 회생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져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주주조합 측은 셀피글로벌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직후 주주명부 수령 및 회계장부 열람을 위해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본사를 찾았지만 현 경영진의 비협조로 회계장부를 열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조합 측은 "소송까지 가지 않기 위해 가처분 신청 전에 경영진에 최대주주로서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했지만 회사 측이 '모색적 증거수집'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전했다. 모색적 증거수집이란 증거 수집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획득한 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주장을 제기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 ▲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본사. ⓒ독자 제공
    ▲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본사. ⓒ독자 제공
    ◆주주조합 '경영진 해임'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청

    주주조합들은 지난 25일 셀피글로벌에 현 경영진을 해임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겠다는 내용의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요청했다.

    최대주주인 조합 측은 거래 정지로 인해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점, 경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점 등을 강조하며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총 소집 의견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이에 셀피글로벌은 오는 7월2일 오후 3시30분 이사회를 열어 조합 측이 제안한 임시주총 소집을 논의할 예정이다.

    셀피글로벌은 2022년 8월 회사가 무자본 M&A를 당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이후 무자본 M&A 세력은 자신의 측근을 회사 경영진으로 앉힌 뒤 신사업 등을 발표하면서 주가 부양을 시도했으나 내부 분열 등으로 주가 부양에 실패했다. 이들의 지분은 채권자가 반대매매를 청구해 모두 청산됐다.

    최대주주 지분이 모두 청산된 이후 셀피글로벌은 소액주주 지분율이 99%에 달했다. 최대주주도 1%대의 지분을 보유한 개미투자자였지만 현 경영진은 지분도 없이 회사 경영권을 장악해왔다.

    셀피글로벌 경영진은 회사 정관의 '초다수결의제', '황금낙하산' 조항 등을 이용해 경영권을 사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다수결의제는 이사 등을 해임하기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8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며 황금낙하산은 이사진 해임을 위해 회사가 20~30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서울 영업소. ⓒ독자 제공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서울 영업소. ⓒ독자 제공
    주주들은 현 경영진이 회사의 지분이 없어 회사가 어려워지더라도 손해를 볼 것이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소액주주들은 이들이 회사 자산을 매각하기 위한 시간 벌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소액주주는 "주식 1주 없는 자들이 경영진으로 앉아 회사 운영을 좌지우지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인 일이냐"며 "주주들의 돈과 정당한 권리를 엄한 세력들이 빼앗아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액주주들 2달여 만에 5개 조합 설립 … 지분 21.91% 확보

    소액주주들은 조합을 중심으로 주주 권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셀피글로벌주주1호조합이 설립된 이후 4개의 주주조합이 추가로 설립되면서 주주조합 측 지분은 21%대로 올라섰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4호조합은 지난 24일까지 지분 21.91%(3826만597주)를 확보했다. 지난달 9일 지분 11.29%(432만1503주)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른 지 2달여 만이다.

    조합 가입을 원하는 소액주주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주주조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합 측 관계자는 "위임장을 통해 실시되는 일반적인 주주행동과 달리 셀피글로벌 소액주주들은 민법상 하나의 조직인 조합으로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 회사를 망가뜨린 경영진들을 몰아내고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증권가 전문가는 "과거에도 경영진의 무능과 불법 행위에 반발해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쫓아내고 회사를 정상화한 사례들은 있었지만 이번 셀피글로벌 사태처럼 주주들이 연합해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소액주주들의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팽배해진 것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만연한 무자본 M&A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오는 8월말 셀피글로벌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