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금투세 교통정리 고려 1순위는 차기 대권일극체제 비판 피하려 논쟁→토론회 명분 쌓기이재명 오락가락하다 당내 절차 지켜보며 침묵친명계 선봉 나서…김민석, 3년 유예 콕 집어근본 문제보다 정략적 판단에 집중한다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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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사 결정 과정이 길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가도'에만 신경을 곤두세운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투세를 두고 오락가락했던 이 대표가 '유예 후 보완'을 결단하기 위한 명분 축적에만 몰두하면서 정작 폐지를 원하는 개미 투자자 보호나 증시 체질 강화 등 근본적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민주당 정책위원회는 24일 국회 본관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토론은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금투세 시행에 찬성하는 입장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눠 진행됐다. 시행팀은 김영환(팀장)·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 유예팀은 김현정(팀장)·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으로 구성됐다.토론회는 시작 전부터 소란을 빚었다. 개미 투자자들이 토론회를 참관하러 왔다가 제지당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어느 당에서 왔냐"고 하자 개미 투자자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민주당은 해당 토론회를 당 유튜브 채널에 생방송으로 송출하면서도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했다.토론이 진행되자 민주당 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댓글에는 "금투세를 폐지하라", "금투세 특검하자", "사모펀드만 배 불리는 민주당"이라는 비판 글 수천 개가 쏟아졌다.민주당은 이 토론회에서 이렇다 할 결론을 정하지 못한 채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당론을 정할 방침이다.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토론회를 마치고 "총의를 모아 빠른 기간 안에 당론을 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도부뿐 아니라 토론회에 참가했던 의원님들, 국민의 생각을 세밀하게 열린 마음으로 당론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준비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 정책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은 민주당의 '보여주기식' 토론회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토론회는) 시행이나 유예만 있고, 1400만이 바라는 폐지는 없다"며 "국민에게 사과드려야 할 사람은 금투세에 대해 모호한 입장으로 시장 혼란을 부추기며 한국 주식을 사지 말라고까지 한 이재명 대표"라고 지적했다.앞서 이 대표는 8월 전당대회 당시 TV 토론회에서 '유예' 입장을 보였다가 당내 반발이 커지자 '보완 후 시행'으로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후 개미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친명(친이재명) 인사들과 지지층의 우려가 커지면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유예 후 보완'으로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이 대표가 '유예 후 보완'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금투세 완전 폐지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고, 개미 투자자의 표심을 잃기 싫은 이 대표에게 선택할 카드가 많지 않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유예 후 보완'이라는 것이다.입장을 정리한 이 대표는 침묵하고 그의 측근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친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미 '유예 후 보완' 분위기 띄우기가 진행됐다. 이 대표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유예 후 보완'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며 선봉에 섰다. 사실상 '명심'(이재명 대표의 마음)이 공표된 것과 다름이 없다는 당내 평가다.특히 김 최고위원이 거론한 '3년 유예' 주장은 이 대표의 대선 시간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대표의 출마가 유력한 차기 대선(2027년 3월) 전에 금투세와 관련한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내년 1월 시행이 예정된 금투세를 3년 정도 유예해 증시 개혁과 부양의 검증시간을 가져야 한다"면서 "코스피 4000 등 적정 목표 달성 여부를 유예 만료 시점에 판단하고 금투세 실시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자 부작용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금투세 강행을 주장하던 인사들의 힘이 빠진 모양새다. 민주당 금투세 토론회에서 시행팀으로 참여한 이강일 의원은 토론회 자체를 '역할극'이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문자로 항의하는 개미 투자자에게 이 의원은 "이번 토론은 디베이트 토론으로 '역할극'에 일부"라는 답신을 보냈다.정치권에서는 토론회가 '각본 있는 드라마'라는 사실을 실토했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유예 후 보완'이라는 명심 앞에서 벌어지는 토론회는 명분 축적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내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한결같이 고수하고 있다. -
- ▲ 한국주식투자자연합 등 12개 투자자 단체원 1000여명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23일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이 의원에게 사과와 해명을 지시했다. 이 대표가 결단 직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심혈을 기울인 토론회가 상처 입을 것을 우려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유예 후 보완을 이 대표 혼자 결단하는 모습을 보이면 당연히 나올 '일극체제'라는 비판이 부담스럽다 보니 당내 백가쟁명식 의견 개진부터 토론회까지 구상해 놓지 않았겠느냐"면서 "결국 자기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금투세를 처리하려다 이도 저도 아닌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라고 했다.개미 투자자들의 불만은 거세다. 금투세를 '재명세'라고 부르며 이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장외 집회는 물론,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버스'를 제작해 운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주장하는 유예 후 보완도 향후 금투세 불씨를 남겨 놓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1400만 국민은 주식으로 보호를 누릴 권리가 있다"며 "금투세 시행은 어린아이에게 버려진 옷을 입히면서 자동차 도로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짓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투자자 보호와 주식시장의 기초 체력 향상 없는 금투세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이들은 민주당이 '유예 후 보완'으로 당론을 정하면 서울 민주당사 앞에서 무기한 릴레이 촛불집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