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양사, UAE와 논의…1천억달러 규모 복합단지 조성 목표""논의 초기 단계…기술적·정치적 장벽 등으로 성사되지 않을 수도"
  • ▲ 반도체 생산용 실리콘 웨이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반도체 생산용 실리콘 웨이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 2위인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형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UAE 측과 각각 논의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TSMC의 최고경영진들은 최근 UAE를 방문, 반도체 제조 복합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된 공장 규모는 현재 대만 내 TSMC 제조공장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첨단 공정이 적용된 시설에 필적하는 수준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WSJ은 다른 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도 향후 몇 년 내 UAE에 새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고위 인사도 최근 UAE를 방문해 해당 계획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설립 프로젝트 자금은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를 중심으로 UAE 측이 대는 방안이 초기 논의 과정에서 검토됐다. 이 같은 사업 규모는 1000억달러(약 134조원)을 넘는다고 WSJ은 밝혔다.

    최근 몇년간 비용이 급증해 단일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 최소 200억달러가 들어간다. UAE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수많은 공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총 1000억달러가 넘는 복합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논의의 포괄적인 목표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제조사의 수익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칩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데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무바달라 측은 올해 초 UAE가 AI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국영 투자기업 'MGX'가 반도체 생산시설을 투자전략의 한 축으로 세우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전세계 파트너들과 정례적으로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UAE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구체화한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무바달라는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산 규모가 3000억달러(약 400조원)에 달하는 대형 국부펀드다. UAE는 MGX 등을 통해 최근 들어 AI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 설립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기술적 장벽을 비롯해 정치적인 장애물에도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실제 프로젝트는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대규모 정제수가 필요하고, 공장 운영을 담당할 UAE 내 전문인력이 부족한 점이 기술적 측면에서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UAE는 물 부족 국가로, 대부분 물을 바닷물 담수화를 통해 해결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에는 상당한 정화가 필요하다.

    미국이 신기술 반도체의 중국 유입을 우려하고 있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 법'을 제정하고 390억달러의 보조금을 반도체산업에 투입하는 등 자국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에 혈안이 돼 있다.

    TSMC와 삼성전자는 공장 설립 방안을 검토하면서 UAE 시설의 반도체 생산 및 물류 과정을 미국 정부가 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바이든 행정부 관료와 논의했다고 WSJ은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WSJ에 "우리는 지난 2년간 UAE와 첨단기술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협력해왔으며 파트너십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