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원칙 지켜지지 않았다" 비판'성역·헌법' 강조하며 대국민 사과 의미심장용산 "수사 중인 사안 언급 부적절, 검찰 내부 문제"특혜 논란엔 "영부인 대면조사 전례 없어 특혜 주장 과도"
  •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김건희 여사의 검찰 조사가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진 데 대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검찰 수장의 갈등 국면이 본격화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의 검찰 조사가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였다는 점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특혜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대통령실은 "특혜는 없었다"면서도 향후 파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받는 김 여사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검찰의 대면 조사를 받았다. 검찰 측은 "김 여사 측과 협의한 결과 경호 및 안전상의 이유로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사회적 저명 인사를 조사할 때 극히 예외적으로 검찰청 소환 대신 호텔 등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피의자를 출장 조사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김 여사가 제3의 장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게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의 조사 사실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으로부터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는 '패싱 논란'에 대해선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며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총장은 "앞으로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지난 20일 검찰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후보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24.07.22 ⓒ뉴시스
    ▲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지난 20일 검찰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후보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24.07.22 ⓒ뉴시스
    이 총장이 김 여사의 조사에 대해 '대통령 부인', '특혜', '성역', '헌법 원칙'을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여사의 조사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경고하는 메시지로 보이지만, 사실상 대통령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며 "자칫 잘못하면 용산과 검찰총장간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 조사를 두고 "특혜 조사를 받았다"는 야권과 "경호법상 영부인은 엄연한 경호 대상"이라는 여권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까지 이틀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김 여사 관련 논란에는 선을 긋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조사 과정을 조율했는지에 대해 "적절한 시점에 했다. 조사 방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이 총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대통령실에서 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는 검찰 내부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 여사의 특혜 조사 논란에 대해선 "현직 대통령 부인이 대면조사를 받은 전례가 없었다. 특혜라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도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영부인 업무를 공식적으로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설치하고,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했다면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