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 유럽의회 선거 이어 총선 1위 예측…의회 1당 되면 총리 배출마크롱의 집권여당 참패 유력…역대 네 번째 '동거정부' 구성될 전망이민 및 국경-親EU정책-고물가 등 RN 측 불안감 해소 공약 주효한 듯'RN 수장' 르펜도 "2차 투표가 결정적…절대 과반 필요" 내달 투표 독려
  • ▲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의원이 총선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 이후 환하게 웃고 있다. 240630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의원이 총선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 이후 환하게 웃고 있다. 240630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30일(현지시각) 치러진 총선 1차 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압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은 3위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2차 투표에서 극우 세력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BFM TV는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 RN이 1차 투표에서 33%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260~3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좌파 연합체 신민중전선(NFP)의 득표율은 28.5%로 115~14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앙상블은 22%의 득표에 그쳐 의석수가 90~120석에 그칠 전망이다.

    일간 르피가로의 의뢰로 진행된 여론조사기관 IFOP의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RN은 34.2%를 얻어 240~270석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NFP는 29.1%로 180~200석, 범여권 앙상블은 21.5%로 60~90석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로 마크롱 대통령의 진영을 "거의 쓸어버렸다"고 밝혔다.

    르펜 의원은 "민주주의가 목소리를 냈다"며 "유권자들이 마크롱 7년간의 경멸적이고 부패한 권력을 끝내려는 열망을 명확한 투표로 보여줬다"고 환호했다.

    르펜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를 총리로 임명할 수 있도록 RN을 절대 다수당으로 만들어달라고도 촉구했다.

    그는 "아직 승리가 아니다. 2차 투표가 결정적"이라며 "폭력적인 극좌 정당 손에 프랑스가 넘어가는 걸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NFP에 속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가 "대통령에게 명백한 패배를 안겼다"며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설 유일한 대안은 NFP라며 표 결집을 촉구했다.

    처참한 선거 결과를 받아 든 마크롱 대통령은 성명에서 "높은 투표율은 이번 투표를 중시하는 정치적 상황을 증명한다"며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서 광범위하고 분명한 민주적·공화적 결집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지지층에 호소했다.
  • ▲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1차 투표율의 잠정치는 67%로 집계됐다. 2022년 총선 당시 1차 투표율의 47.5%보다 19.5%p 높다.

    극우 RN의 약진과 마크롱 대통령의 전격적인 조기 총선 선언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결과다. 투표율이 높게 나온 만큼 1차 투표에서 65~85명이 당선될 것으로 입소스는 추산했다.

    총선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2022년 총선에서 이 기준을 넘겨 1차에서 당선된 이는 5명에 불과했다.

    이날 당선자를 내지 못한 지역구에서는 내달 7일 2차 투표를 치른다. 2차 투표에는 1차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이 진출한다.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2명 미만이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른다. 2차 투표에서는 단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2차 투표까지의 결과 RN이나 NFP가 1당을 차지해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면 프랑스에서는 27년 만에 역대 4번째 '동거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동거정부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자크 시라크 총리(1986~1988년), 미테랑 대통령-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1993~1995년), 시라크 대통령-리오넬 조스팽 총리(1997~2002년) 등 앞서 세 차례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통령직 사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거정부가 들어설 경우 본인이 추진하려던 각종 개혁안은 무산되거나 방향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RN의 지지세 확산은 프랑스 내 이민자 급증이 초래한 사회불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러진 고물가 등 사회‧경제적 불안이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RN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의회 다수당을 차지해 총리를 배출하게 될 경우 이민 및 국경 통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외국인 무슬림 범죄자의 추방을 용이하게 하고 속지주의를 폐지하며 불법 이민자에 대한 국가 의료지원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울러 서민의 구매력 증대를 위해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기본 생필품 부가가치세 폐지 등의 공약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이 밀어붙인 정년 연장도 62세로 환원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역시 마크롱 정부의 친유럽연합(EU)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프랑스 주권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RN의 공약들에 전통적 극우 지지층 외에 여성, 청년층 일부의 마음이 움직인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좌파연합 NFP가 집권할 수 있다는 경각심도 한몫했다.

    과거 반유대주의 정당 이미지를 안고 있던 RN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LFI가 반유대주의를 부추긴다고 공격했다. LFI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서 친하마스 성향을 보여왔다. 이에 그동안 RN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RN을 지지하겠다는 기류가 감지됐다.

    NFP의 부자 증세나 기업의 초과 이윤 과세 공약에 놀란 경제계에서도 RN 지지로 방향을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