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대표가 다른 피고인 적격 심사 촌극인적쇄신 강조하지만 친명 중진에겐 후한 잣대잠재적 친문 대권 경쟁자에겐 가시밭길 선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의 이름으로 자신을 은폐한 수구 기득권 세력은 '보수는 부패하지만 유능하다', '진보는 깨끗하지만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부패 기득권 세력의 엄폐물인 '가짜 보수'를 경계해야 한다. 가짜 보수는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2017년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중 일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에 쓴 책에는 정치권에서 오래도록 쓰인 격언 중 하나인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한 구절이 등장한다.

    이 대표가 언급한 격언은 과거 진보 진영이 오랫동안 각자 노선을 고수하면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는 와중에 반복된 부패 사건에도 보수가 장기 집권한 현상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쓰였다. 그러나 이 대표가 민주당을 이끄는 오늘날 상황을 놓고 보면, 자신의 책에 쓴 표현을 출판사에 수정해달라고 요청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로 "부패 기득권 세력의 엄폐물인 '가짜 진보'를 경계해야 한다. 가짜 진보는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로 말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3일 심야에 비공개 지도부 회의를 열고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노웅래 의원과 '라임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 중인 기동민 의원에 대한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사법리스크 원톱'으로 꼽히는 이 대표가 다른 피고인 신분인 현역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모습은 촌극이자 대표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이 대표의 내로남불은 '언행불일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전면적인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구악(舊惡) '올드 보이'들을 4월 총선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나, 정작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에게는 후한 잣대를 들이대 논란을 자초했다. 친문(친문재인)계였다가 친명(친이재명)계로 노선을 바꾼 5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친문계를 저격하며 '지역구 쇼핑' 양상을 띄는 것도 이러한 이중 잣대의 대표적 사례다.

    반면 오는 4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친문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친명계의 방해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이 대표를 야권 유일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이 이번 총선의 핵심이라는 말이 여의도 정가에 떠도는 것도 이 대표의 내로남불이 낳은 결과다.

    어느덧 공천 과정은 크나큰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접어들었다. 이 대표는 중국의 명언인 "장강(長江)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면서 다시 한 번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자의 가르침이 담긴 논어에는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다가올 일은 쫓아갈 수 있다'는 명언이 있다. 공당(公黨)을 사당화(私黨化)해 우리 정치에 퇴보를 가져오려는 이 대표가 새겨들어야 할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