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은 ‘전략적 대체관계’··· 하나 죽어야 다른 하나 산다친명·비명, 피 터지게 싸우게 됐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뉴시스
    ■ 이낙연이 사는 길

    하늘에 태양이 둘일 수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하나가 뜨면 다른 하나는 져야 한다.  

    이낙연 전 대표(이하 존칭 생략)가 신당 창당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벙어리 냉가슴이었을 것이다.
    그의 신당 행보를 보니 떠올려지는 고사가 있다.   

    유방항우가 대립하던 시절 한신유방 밑에서 대장군 노릇을 했다.
    한신 옆엔 괴철이라는 책사가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사령관 옆에 참모 격이다.
    한신이 제나라(지금 산동지방)를 장악하자, 괴철은 그에게 독립을 권했다.
    즉, 천하를 셋으로 쪼개 유방 항우와 함께 나눠 가지라고 조언했던 것이다.
    ‘천하삼분지계’다.

    그렇게 하면 평화가 도래한다는 논리였다.
    정확했다.

    유방
    항우를 치면, 유방의 배후를 한신이 칠 수 있다.
    즉, 어느 한 제후가 다른 한 제후를 치려 하면, 제3의 제후에게 뒤통수를 노출하게 된다.
    따라서 어느 제후에게도 다른 한 제후를 공격할 유인이 발생하지 않는다.
    바로 ‘전쟁-방지 메카니즘’인 것이다.
    그 결과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평화는 백성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좌파는 ‘도덕심’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평화는 도덕심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전쟁-방지 메카니즘’에 따른 결과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지 않는 이유는 북한의 ‘민족애’가 아니라 ‘한미동맹’에 의한 ‘전쟁-방지 메카니즘’인 것이다.  

    ■ 게임이론의 '내쉬균형' 

    게임이론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당시 괴철 [내쉬균형]에 대한 직관이 있었다.
    [내쉬균형]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이가 바로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포브스 내쉬이다.

    괴철
    은 직관적으로나마 한 경기자의 전략선택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모든 경기자들이 그 상호작용을 헤아릴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모두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전략들의 조합’ 즉, [내쉬균형]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신괴철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기세가 올라 항우까지 멸망시킨 다음 유방에게로 돌아갔다.

    괴철
    한신유방에게로 돌아가면 참수당할 것을 내다봤다.
    "토사구팽".
    한신이 남긴 말이다.
    그 말은 수 천리 떨어진 ‘동방예의지국’ 한국 정치권에서도 회자된다.

    실은 한신을 죽인 건 유방의 부인 여치였다.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옹립하려는데, 한신의 역량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구실은 모반죄였다. 

    ■ '토사구팽' 면하려는 이낙연의 선택

    이낙연 ‘토사구팽’ 신세를 가까스로 면했다.

    그의 측근 윤영찬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경선 후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윤 의원이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이하 존칭 생략)에게 전화를 걸어 “이낙연 후보를 쓰시려면 좀 크게 쓰시라.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시는 게 어떠냐”고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옆구리 찔러 절 받기였다.
    당시 이재명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놓고 막상 불리해지니 이낙연을 불러들였다고 한다.
    민망함과 섭섭함에 체면까지 구겼지만, 이낙연은 열심히 뛰었다고 한다.  

    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
    모두 아는 대로다.

    대선 패해 후 ‘개딸’들은 이낙연을 배신자로 몰았다.
    이낙연 때문에 패배했다는 식이었다.
    가장 비열한 방법이 바로 패전 책임을 뒤집어씌워 정적을 제거하는 것이다.

    윤 의원의 말을 종합해보면, 친명계는 처음엔 이낙연을 따돌리더니 자신들이 위기에 몰리자 이낙연을 등판시켜 실컷 부려먹고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이낙연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젠 그를 ‘사쿠라’로 모는 중이다.   

    ■ '박힌 돌' 이낙연과 '굴러들어온 돌' 이재명

    누가 봐도 민주당 적장자는 이낙연이다.
    그는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DJ부터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까지 삼대째 민주당 ‘짬밥’을 먹었다.
    ‘박힌 돌’이다.

    사실 이재명은 동탁과 비슷하다.
    외부에서 불려 들여졌다.
    ‘굴러들어온 돌’인 것이다.

    그는 대선 패배 후 당 대표직에 오르며 순식간에 당을 장악했다.
    이낙연은 당권을 소매치기 당한 느낌일 것이다.  

    ■ 여의도가 셋으로 쪼개지면?

    이낙연
    신당은 의미가 크다.
    거대 민주당을 반으로 쪼개 현 정국을 [내쉬균형] 상태로 수렴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전 대표 혼자인 것 같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떠올라 있는 빙산이 작아 보여도 수면 아래는 매우 크다.
    지난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반란표를 던진 이들이 있다.

    물론 그들 중에 친명으로 전향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친명 전향은 그들의 ‘맹약(commitment)’일 뿐이다.
    게임이론에선 맹약도 전략이다.
    쉽게 말하면, ‘약속’인 것이다.

    잘 생각해보라.
    이 세상은 약속으로 돌아간다.
    계약도 약속이다.
    실은 국가 경제도 모두 계약을 통해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신뢰다.
    맹약의 ‘신빙성’이라고 한다.
    인간은 항상 도덕적이지 않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게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계약에 동의한다면 계약금을 걸도록 하는 것이다.
    계약금은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다.
    계약을 맺기 전에 신중함을 요구하는 것이다. 

    ■ 이낙연 신당과 이재명 사법 리스크 간의 고차 방정식

    핵심으로 돌아가자.
    반란표를 던진 그 민주당 의원들이 친명으로 전향했다고 하지만, 그건 아직 ‘맹약’일 뿐이다.
    시각에 따라, 그냥 말뿐일 수도 있다.
    그들은 ‘계약금’처럼 뭔가를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맹약 즉, 약속은 말 그대로 공허하다.

    문제는 이재명과 친명 ‘게스타포’ 그리고 개딸 ‘홍위병’들이 내부 반란자들의 맹약에 신빙성을 두느냐 여부이다.
    이낙연 신당이 본격화되면, 내부 반란자 신상들이 공개되고 ‘수박’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들과 대체관계에 있는 원외 위원장들은 공천을 따내기 위해서라도 ‘낙인찍기’에 더욱 몰입할 것이다.
    ‘낙인찍기’만큼 쉽고 유리한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공천 칼부림이 필연적인 이유다.

    개딸들 입맛대로 당헌까지 개정된 마당에 그 ‘수박’들도 자의건 타의건 결국 이낙연과 행동을 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그게 덜 불리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친명과 비명 간 헤아림에 헤아림이 거듭된 결과 나타날 수밖에 없는 균형경로이기도 하다.

    이낙연 신당은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그 상호작용의 결과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당구로 치면 ‘쓰리 쿠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