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집단·고공강하, 블랙이글스 축하비행 등 메인 이벤트 우천으로 줄취소최초의 한국형 전투기 KF-21 항공분열, F-35A 대규모 편대비행도 진행되지 않아합동 태권도 시범은 큰 호응… 고위력 미사일 '현무', 자폭드론 등도 공개돼 주목
  • ▲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국군의날 기념행사가 마무리된 이후 관람객들이 애타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이바름 기자
    ▲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국군의날 기념행사가 마무리된 이후 관람객들이 애타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이바름 기자
    건군 75주년을 기념해 26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국군의날 기념행사가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우천으로 KF-21 등 항공전력의 축하비행이 전면취소됐고, 역대 최대규모로 참가한 주한미군의 고공강하도 볼 수 없었다.

    더욱이 행사 전반에서 주최 측의 운영 미숙이 드러나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공분을 샀다.

    건군 75주년 기념 국군의날 행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서울공항에서 진행됐다. 국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및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등 군 관계자, 사전 신청을 거쳐 선정한 일반국민 등 1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열병, 훈장 및 표창 수여, 합동 태권도 시험, 분열 등의 순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국방부가 '역대 최대규모'로 홍보한 이번 기념행사는 그러나 전날부터 내린 비로 인해 크게 축소됐다. 역대 최대규모로 참가한 주한미군과 함께 실시하기로 했던 한미 연합 집단·고공강하는 물론 아파치 헬기 전술기동, 블랙이글스 축하비행 등 사실상 행사의 메인 이벤트들이 기상 사정으로 줄취소됐다.

    또 최초의 한국형 전투기이자 4.5세대 전투기인 KF-21과 국산 차세대 소형무장헬기(LAH, Light Armed Helicopter) 등 고정익 11종 76대와 회전익 9종 54대가 참여하는 항공전력의 공중분열도 우천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국군의날 최초였던 F-35A 등의 대규모 편대비행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그나마 특전사 등을 주축으로 한 합동 태권도 시범이 큰 호응을 받았으며, 지대지고위력미사일 '현무', 드론작전사령부에서 운용할 예정인 자폭드론·스텔스드론(형상) 등의 모습이 공개돼 주목받았다.
  • ▲ 26일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버스와 시민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 ⓒ이바름 기자
    ▲ 26일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버스와 시민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 ⓒ이바름 기자
    이번 국군의날 기념행사는 특히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군 당국의 운영 미숙이 고스란히 드러나 도마에 올랐다. 분열을 끝으로 준비된 행사가 모두 끝나자 좌석에 앉아 있던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사전 문자안내에 따라 관람대 바로 앞에서 향발 셔틀버스에 탑승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관람대 앞에서는 경축연장으로만 향하는 버스에만 탑승할 수 있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향발 버스를 찾는 관람객이 안내원에게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확한 탑승 위치를 묻는 시민들의 질문에 안내원들은 "잘 모르겠다"거나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버스와 사람이 한데 뒤엉키면서 행사장은 무질서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현역군인들조차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한바탕 소란 이후에야 "경축연장 버스 출발 이후 이곳에서 향발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고 안내방송을 내보냈으나, 이마저 10여 분 뒤 "향발 셔틀버스를 타실 분은 출입구 방향으로 이동해 달라"고 정정했다.

    안내방송을 따라 도착한 향발 버스 탑승 장소도 명확하지 않아 시민들이 일일이 움직이는 수십 대의 버스를 세워가며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현장 안내원들도 점심시간을 전후해 하나둘씩 자리를 뜨면서, 승객을 태운 버스와 승객을 태우려는 버스가 뒤섞여 충돌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최모(50대·여) 씨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몰라서 큰 행사장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며 "안내원들이 하나같이 명확한 답을 해주지 않아서 더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민 김모 씨도 "난민이 따로 없었다. 이런 최악의 행사는 처음"이라며 "관람객들의 편의나 안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그냥 본인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 일방적인 행사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오후 4시부터 서울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시가행진에서도 역시 공중전력은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