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연락처, 주소 필수 항목인데… '평양 사는 김정은' 써도 접수돼민주당 관계자 "전 국민 대상… 인증 절차라는 걸 하지 않는다" 허점 인정한 사람이 여러 번 '중복 서명'… 원외 친명 '혁신회의' 탄원 명부도 엉터리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정상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원외 친명계 모임,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 명부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25일 드러났다.

    민주당과 친명계 모임이 각각 40만, 30만 명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으나, '평양 사는 김정은' 등 신상정보를 무작위로 입력해도 탄원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탄원서를 추진한 이들도 실질적으로 지지자들이 의도를 가지고 중복으로 접수해도 이른바 '필터링'을 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홈페이지에 "국민 여러분의 힘을 모아 달라"며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게재했고 25일 정오까지 신청받았다.

    탄원서에는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계열 정당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77.77%)을 기록하며, 즉 수많은 민주당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당 대표"라며 "10월 재보궐선거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부재할 경우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제도이자 가장 중요한 정당의 책무인 선거에 원활히 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의 이번 캠페인의 핵심인 탄원서 관리에는 구멍이 났다. 탄원서 접수에는 성명·연락처·주소(읍·면·동) 등을 필수로 입력해야 하는데, '북한 평양시에 사는 김정은' 등의 정보를 넣어도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분 확인을 위한 인증 절차가 없어 허위나 중복 서명이 가능한 것이다. 한 명이 가상으로 만들어낸 이름·주소·전화번호를 기재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기원하는 탄원서도 물결을 이루고 있다. 현재 비공식 집계로도 4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국민과 당원의 정성어린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 민주당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원만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증 절차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며 "저희가 자발적 참여를 부탁드리는 것이다. 악의적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민주당 의원 전원과 전국 17개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등에게 '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 탄원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조 사무총장은 공문에서 "각 지역에서 많은 당원이 동참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달된 탄원서에는 정세균·문희상·임채정·김원기 등 전직 국회의장 4명과 민주당 국회의원 161명이 참여했다. 현재 민주당 의원 수는 총 168명이다. 이 대표를 제외하면 6명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영장 기각 요구'에 동참한 것이다.

    또 민주당 당직자 175명, 보좌진 428명, 당 취합 온라인 44만5677명, 시·도당별 취합 6만5985명, 더민주혁신회의 서명운동 참여 38만1675명 등도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친명계 원외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도 자체적으로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를 마련해 온라인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수사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피의자는 판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됨이 원칙"이라며 "구속은 수사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처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고 싶어하는 것은 수사에 필요해서가 아니라 야당 대표에 대한 사실상의 처벌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탄원서는 취합해 이 대표 변호인을 통해 판사에게 전달된다고 했다. 혁신회의는 홈페이지를 통해 25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36만7418명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중앙당과 오프라인 탄원서는 집계하지 않았다며 같은 날 정오까지 100만 명을 목표로 잡았다. 

    혁신회의는 그러면서 "당원뿐만 아니라 가족·친구·친척·동창·지인 등 주변의 모든 분에게 참여를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을 주장한 촛불전환행동(촛불행동)도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공유하며 "모든 촛불시민들은 탄원서 작성과 범국민 선언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받는 서명은 물론 혁신회의 탄원서까지 모두 명부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회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증 (절차나) 이런 것이 없어서 우려가 있다. 연락처나 이름으로 확인이 어렵다"며 "실질적으로 의도를 갖고 '한 명이 1000명, 1만 명 (서명)하면 어떡하느냐'고 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허점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차후에 이런 부분에서 비용이 조금 들더라고 이런(필터링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권은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탄원서를 통해 사법부를 압박한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탄원서 내용은 오직 이재명 대표 살리기를 위해 법치를 무시해 달라는 헛된 메아리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의 지휘 아래 민생을 처리해야 하니, 구속영장을 기각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막기 위한 각종 사법 방해 행위, 민주당의 방탄으로 국회와 대한민국 정치가 마비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