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사퇴 운운 말고, KBS 경영진 총사퇴해야""골든타임 지났다… 수신료 분리징수 여론 못 막아"
  • ▲ (왼쪽부터)KBS 김종민, 이은수, 이석래, 권순범 이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과 이사진의 동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왼쪽부터)KBS 김종민, 이은수, 이석래, 권순범 이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과 이사진의 동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도입을 철회하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조건부 사퇴 선언'을 하자, KBS 전체 이사(11명) 중 '소수파(현 여권 추천)'에 속하는 이사들이 "구차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며 경영진과 이사진의 총괄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권순범 전 KBS 정책기획본부장, 김종민 변호사, 이석래 전 KBS 미디어텍 대표이사, 이은수 전 KBS 심의실장 등 4명의 KBS 이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갔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압도적인 여론은 지난 수년간 KBS가 보여준 모습의 결과로, 앞으로 몇 달 동안에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이사회와 집행부의 동반 총사퇴, 이것만이 KBS의 생존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여론, KBS가 보여준 모습의 결과"

    소수 이사들은 "2017~2018년 강규형 KBS 이사, 고대영 KBS 사장의 부당한 해임에 앞장섰던 김의철 사장은 공영방송의 근간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그가 보도본부장과 사장을 거치면서 KBS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 자신이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한 주범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과 자리를 두고 내기나 하겠다고 떠드는 것은 김 사장이 지금의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것을 넘어, 최소한의 공감 능력이나 객관적인 시각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며 "오늘 김 사장의 기자회견을 접하고 놀라움을 너머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소수 이사들은 규탄했다.

    소수 이사들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사실상 확정된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분리징수를 막을 가능성이 남아있는지는 여러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의 의지와 이후 KBS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며 "이렇게 물이 엎질러진 마당에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 부문별 구체적 실행 계획을 마련해 총괄 관리하겠다'라는 KBS 사장의 인식은 현 경영진이 얼마나 현재의 사태를 오판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분리징수는 대통령실이나 특정 정당을 비판하기 전에 KBS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충언한 소수 이사들은 "국민 다수를 대변하지 않는 방송, 공적 자원의 비효율적 집행에 따른 무능한 경영에 대해 진솔하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그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KBS의 종언 다가와"

    이날 소수 이사들은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한 이상, 수신료 분리징수가 단순한 가능성의 문제에서 언제 실행되느냐의 문제로 바뀐 것처럼 보인다"며 "수신료 분리징수가 실행된다는 것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공영방송 KBS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입법·행정 권력은 국민의 지지를 잃으면 권력을 상실한다"며 "공영방송 역시 그 존재를 법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 소수 이사들은 "그런 차원에서 수신료라는 공적 자원을 존재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공영방송 KBS는 국민 다수를 대변하기 위해 항상 조심하고 자성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소수 이사들은 "자신의 시각만이 옳다면서 국민을 훈계하고 윽박지르고, 특정 정치 진영에 편향된 시각만을 강요한다면 그 자체로 공영방송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며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답게 처신하지 않는다면 특별부담금, 공영방송의 역할, 징수의 효율성 등을 내세우는 KBS의 주장 역시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을 비난하기 전에 대통령실이 이런 권고를 하게 된, 할 수 있었던,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이해하고, 지금이라도 분리징수가 실행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