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앵커 "'집시법 위반' 논란… 경찰, 뚜렷한 답 못해"경찰청장 "건설노조집회, 도로점거 등으로 불법 규정"내부 지적 일자 KBS, 멘트 수정한 영상으로 화면 교체KBS노조 "옷까지 바꿔 입고, 앵커멘트 고친 보도참사"
  • 지난 18일 방영된 KBS '뉴스9' 보도 화면(상단)과 이튿날 수정된 화면(하단). ⓒKBS노동조합 제공
    ▲ 지난 18일 방영된 KBS '뉴스9' 보도 화면(상단)과 이튿날 수정된 화면(하단). ⓒKBS노동조합 제공
    지난 18일 KBS 앵커가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의 불법성 논란을 다룬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사실과 다른 멘트를 했다가 KBS의 다른 기자가 이 사실을 지적하자, 이튿날 해당 멘트를 고쳐 재녹화한 영상으로 '앵커멘트 화면'을 바꿔치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 앵커, 리포트 '인트로 멘트' 구설

    KBS방송인연합회와 KBS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9시 19분 <경찰 "건설노조 집회, 강력 처벌" 천명… '자의적 해석' 논란도>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소개한 이소정 앵커는 "경찰은 며칠 전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를 불법이라고 못박고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경찰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멘트는 사실과 달랐다. 이날 경찰은 백브리핑을 통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의 어떤 행위들이 집시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시했다.

    이날 이 앵커가 소개한 리포트 본문에도 "(16일부터 1박 2일간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건설노조 집회와 관련, 교통 체증과 소음 등의 민원을 접수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건설노조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벌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불법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도로 점거와 소음, 해산명령 불응 등인데, 특히 야간 문화제를 빙자해 불법 집회하면 해산하겠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기자는 '불법집회 전력이 있으면 (향후) 유사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경찰 방침을 두고 "기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고 보도했으나, 이 앵커는 경찰이 지난 16~17일 있었던 건설노조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는 왜곡된 발언을 한 것이다.

    A기자 "이소정 앵커 멘트는 명백한 오보"


    이에 KBS A기자는 이튿날 사내 보도게시판에 <'건설노조 집회 처벌' 관련 이소정 앵커 멘트, 명백한 오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앵커의 인트로 멘트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서 A기자는 "해당 멘트는 취재기자 리포터의 원문까지 왜곡한 오보"라며 "당일 여러 기사들을 보면 경찰은 백브리핑을 통해 밤샘집회에서 건설노조의 어떤 행위들이 집시법을 위반했는지 여러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심지어 앵커가 소개한 해당 리포트의 본문에도 '불법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도로 점거와 소음, 해산명령 불응 등'이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를 두고 A기자는 "애초 취재기자가 작성한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향후 유사집회 금지 방침이 집시법상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앵커용 멘트를 소위 '각이 서도록' 압축하고 재가공하려다 뜬금없는 주장을 하게 됐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A기자는 "KBS는 최근의 대표적인 갈등 이슈를 다루면서 앵커의 왜곡된 멘트를 통해 민노총 건설노조를 두둔하고 경찰의 위법성만 부각시킨 셈이 됐다"며 "공영방송의 책임있는 방송인이라면 이른 시일 안에 정정 및 사과 보도를 통해 국민과 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BS방송인연합회 "이러고도 민노총과 이해충돌 없나?"

    A기자의 지적에, KBS는 지난 19일 오후 10시 41분 이 앵커가 멘트를 수정한 모습을 재녹화한 '앵커멘트 화면'을 해당 리포트의 인트로에 끼워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이 앵커는 해당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경찰은 며칠 전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를 불법이라고 못박고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경찰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고 말했으나, 수정된 리포트 화면에선 "경찰이 며칠 전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불법집회를 연 적 있는 단체는 앞으로 비슷한 집회를 못 열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걸 놓고, 관련법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불거졌는데 경찰 스스로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BS방송인연합회와 KBS노동조합은 23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이소정 앵커가 민노총에 대한 편향성으로 찌들은 앵커멘트를 한 것에 대해 A기자가 문제점을 지적하자 다음 날 그 앵커멘트 화면을 슬쩍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다.

    "홈페이지의 다시보기는 일종의 역사 기록"이라며 "그 기록을 바꿨다면 바꿨다는 사실 역시 기록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전제한 KBS방송인연합회는 "만약 아무런 사과나 공지 없이 이를 바꿨다면 이는 사초를 몰래 바꿔치기한 것과 같은 행위"라며 "KBS 뉴스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근본적으로 부정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규탄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이 앵커는 다음 날(19일) 클로징 멘트를 통해 해당 앵커멘트가 일부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지만, 사과라고 보기도 어려운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또한 해당 리포트의 앵커멘트를 바꿔치기한 사실은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앵커멘트 화면을 재녹화한 것은) 오보를 변명으로 때우고, 역사적으로 마치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덮는 조작 행위"라고 꾸짖은 KBS방송인연합회는 "만약 이 일의 전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 이는 앵커와 통합뉴스룸 국장, 그리고 보도본부장까지 그만둬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KBS노조 "KBS 보도본부가 대놓고 시청자 기만"

    KBS노동조합은 "23일 현재 KBS '뉴스9' 다시보기를 보면 이 앵커의 옷이 달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옷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앵커멘트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옷이 바뀐 것을 보면 당일이 아닌 이후 새로 녹화해 바꿔치기 한 것 같다"며 "오보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그 오보를 은폐하고, 역사적으로 마치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덮는 조작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보도본부장, 통합뉴스룸 국장, 이 앵커 등 3명을 향해 "리포트 앵커멘트 화면이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KBS노조는 "앵커멘트 화면을 바꿔치기 한 것과 관련해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과한 사실이 있나? 이러고도 KBS 뉴스를 믿어달라고 시청자에게 요구할 수 있나?"라고 다그쳤다.

    KBS노조는 "민주노총과 관련된 KBS 보도가 매우 편향되고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안의 경우 노조의 주장은 그대로 인용해 담고, 경찰은 근거도 없이 노조에 대한 처벌 의지만 밝힌 것 같은 뉘앙스를 줄 수 있는 문구가 횡횡하고 있다"고 지적한 KBS노조는 "민주노총 간첩단 기사는 아예 실종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에 대해서도 KBS는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KBS는 관련 논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가 노조를 압박해 왔고 △분신 뒤에 노동계는 더 반발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분신의 원인이 정부에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만 담아 보도했다"며 "민주노총과 관련된 편향·불공정 보도에 대해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모조리 묵살당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번에는 시청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옷까지 바꿔입고 뒤늦게 멘트와 화면을 '도둑 교체'한 보도참사가 벌어졌다"고 개탄한 KBS노조는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며 "시청자를 기만한 앵커와 통합뉴스룸 국장, 보도본부장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반론보도] 「"허위 멘트" 지적하자, 앵커화면 '도둑 교체'… KBS 조작 논란」 관련

    본 인터넷뉴스는 2023년 5월 23일 「"허위 멘트" 지적하자, 앵커화면 '도둑 교체'… KBS 조작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KBS가 2023년 5월 18일 9시 뉴스 앵커의 리포트 소개 멘트를 방송 종료 후 재녹화해 홈페이지 다시보기 뉴스영상의 해당부분을 교체했다고 보도하며 KBS가 뉴스 앵커멘트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인용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KBS는 "2023년 5월 18일 KBS 9시 뉴스 앵커의 일부 멘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2023년 5월 19일 <뉴스9> 클로징 때 해당 멘트를 보완하는 설명을 시청자들에게 미리 전한 바 있고, 이후 오해의 소지가 있던 앵커멘트를 바로잡기 위해 재녹화를 통해 수정하여 KBS 뉴스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것"이라며 "이 과정은 내부 지침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으므로 KBS가 뉴스 앵커멘트 영상을 조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