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부르지도 않았는데 검찰 출두… 검찰 일정 안 잡혀 돌려보내이원욱 "실효성 없어… 약간 어리둥절하게 느껴지지 않겠나" 꼬집어조응천 "민주당은 공당… 공당이 내부 문제에 손 놓고 있다" 비판윤재옥 "겉으론 검찰에 협조하는 모양새… 실제론 수사 방해, 여론 호도"
  • ▲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자진출석한 직후 로비에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청사 로비에서 송 전 대표를 돌려보냈다. ⓒ서성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자진출석한 직후 로비에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청사 로비에서 송 전 대표를 돌려보냈다. ⓒ서성진 기자
    '돈 봉투 의혹'의 핵심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자진출두한 것을 두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송 전 대표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제스처를 취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마음대로 검찰에 출석 일정을 통보한 것이 '황제출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응천 "호의적 여론 조성"… 이원욱 "어리둥절"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송 전 대표의 검찰 출석과 관련해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을 쌓겠다는 포석을 둔 것"이라며 "호의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금 언론을 통해 검찰이 보이는 태도에 의하면 (송 전 대표는) 불청객이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소란을 떨면서 오냐, 오지 마라, 때 되면 부를 테니까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다"며 "출입증을 얻지 못하고 1층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마 중앙지검 청사 앞으로 나가서 기자들한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세션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구속되려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송 전 대표가 먼저 검찰에 자진출석한 것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을 보여줘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을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돈 봉투 의혹'은 공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사안이며, 송 전 대표는 그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그가 도주 우려가 없다고 해도 증거인멸 우려나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되면 구속될 수 있다.

    조 의원은 당이 의혹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출당이나 제명 처분을 취해야 할 것 같은데 강제수사권 없다는 이유로 지금 다 포기했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당 아닌가? 공당인데 그 안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 아무 일도 않고 손 놓고 있다. 공당이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송 전 대표의 검찰 출석을 두고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며 "약간은 어리둥절하게 느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본인이 좀 조급한가? 결백을 빨리 입증하겠다는 생각인가?'라고 묻자 이 의원은 "그런 생각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결국 자신은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결백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검사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사 로비에서 돌려보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청사에서 나와 "귀국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주변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며 "검찰은 주위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강민국 "宋, 얄팍한 술수로 위기 모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송 전 대표가 당장 조사가 어렵다는 검찰의 입장에도 오늘 자진출두를 강행했다가 돌아가는 촌극을 빚었다"며 "엄중한 중대범죄행위가 드러난 마당에도 반성과 사과는커녕 여전히 얄팍한 술수로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후안무치함에 분노가 치밀 뿐"이라고 개탄했다.

    강 대변인은 "수사에 응하겠다고 나선 피의자가 검찰을 향해 '인격살인' '먼지털이식 수사' 운운했으니, 이쯤 되면 '출두 쇼'를 넘어 수사에 대한 사실상의 불복 선언이자 방해행위라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강 대변인은 "게다가 송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지 않겠다던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방송에 나와 검찰의 '무차별 불법수사' 운운하며 송 전 대표를 두둔하니, 민주당의 안이한 인식 역시 변함이 없다"며 "진정 송 전 대표가 꼬리 자르기 탈당을 한 것이 아니라면 민주당이 제대로 된 수사 협조를 선제적으로 촉구하고 김 의원처럼 어설픈 옹호로 송 전 대표를 두둔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전 대표를 겨냥 "어떤 범죄 피의자도 자기 마음대로 수사 일정을 못 정하는데 이는 특권의식의 발로"라며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듯하나 실제로는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정치적 계산"이라며 "위장 탈당 쇼 꼼수 출두 쇼가 아니라 돈 봉투 의원들과 함께 솔직하게 모든 진상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검찰이 소환 통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마음대로 일정을 검찰에 통보해가며 황제출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닮은 꼴"이라며 "일반국민은 감히 엄두조차 못 낼 수사 특권이다. 별의별 다 닮은 이심송심(李心宋心), 그 끝은 과연 어디인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