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라진과 펜타닐 혼합한 신종 마약 횡행"마땅한 치료법 없어 오남용 문제 악화시킬 수도"
  • ▲ 미국 내에서 신종 마약 'FAXX'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보도 화면 캡처
    ▲ 미국 내에서 신종 마약 'FAXX'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보도 화면 캡처
    '죽음의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을 넘어서는 신종 마약 'FAAX'가 최근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CNN과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최근 아편성 진통제(오피오이드) 펜타닐과 자일라진을 혼합한 변종 마약 FAAX를 '신종 위협'으로 지정했다. 신종 위협 방지법이 지난 2018년 시행된 이후 미국 행정부가 권한을 행사해 위협 지정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의회는 앞서 필로폰을 '신종 위협'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일명 '트랭크(Tranq)'라고 불리는 자일라진은 소와 말 등을 수술할 때 사용하는 진정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은 제품이다. FDA에 따르면 자일라진을 과다 복용하면 호흡과 심박수 둔화, 착란, 어눌한 말투, 저체온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사람에게 사용할 경우 신체 곳곳에 궤양과 농양 등이 생겨 심하면 절단까지 해야 하는 심각한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마약으로 인한 궤양 환자를 치료한 필라델피아의 한 의사는 "(궤양의 형태가) 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갉아먹는 것 같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자일라진과 펜타닐을 혼합한 FAAX가 퍼지고 있다. 펜타닐은 강력한 진통제인 만큼 내성과 의존성도 빨리 생긴다. 자일라진이 펜타닐의 효과를 두 배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크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 산하 국가마약통제정책국(ONDCP)은 자일라진 혼합물이 미국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부와 서부에서 확산세가 두드러진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20~2021년 자일라진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남부에서 1127%, 서부에서 750%, 중서부에서 약 500% 증가했다. 마약단속국(DEA)이 지난해 압수한 펜타닐 분말과 알약에서 각각 23%, 7% 자일리진이 포함됐다.

    FAAX가 위험한 이유는 펜타닐 해독을 자일라진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펜타닐과 같은 오피오이드계 약물을 과다 복용하면 호흡이 점차 느려지며 호흡 정지 등이 오기도 하는데, 이때 해독성분인 '날록손'으로 오피오이드 효과를 역전시켜 정상 호흡으로 회복하게 한다.

    하지만 자일라진은 이 날록손 효과가 들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자일리진 금단 증상 등에 대한 마땅한 치료법도 없어 오남용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자일라진이 '신종 위협'으로 지정됨에 따라 미 정부는 90일 이내에 이에 대한 국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ONDCP는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불법 마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에 요청한 460억 달러의 예산 중 일부를 사용해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마련된 예산은 자일라진에 대한 약물 테스트와 데이터 수집, 치료, 치료법 개발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 판매할 불법 펜타닐을 만드는 멕시코의 마약 조직에 펜타닐 활성화 물질을 공급한 중국 기업 2곳, 중국과 과테말라 소재 개인 5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