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창립심포지엄 '가짜뉴스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공동대표에 오정근 전 교수, 김형철 전 이데일리 대표국내 최초 AI 활용 '가짜뉴스 팩트체크 아카이브' 시연김병준·손병두 등 정관계, 언론계 저명 인사 대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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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언론의 공동대표를 맡은 오정근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형철 전 대한경제·이데일리 대표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거짓과 가짜뉴스가 국민의 의식을 총체적으로 해체하고 파괴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시장경제를 파멸시키는 현실을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는 지경"이라며 "국민이 가짜뉴스의 실상 전반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진실 공유와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에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언론의 공정 보도 풍토와 건전한 국민 여론 형성을 위해 '바른언론시민행동'을 발족하게 됐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한 오 대표 등은 "정파에 휩쓸리지 않고 불편부당·공정하게 가짜뉴스를 모니터링·감시하는 한편, 투명하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진실 여부를 검증 식별해 진실을 널리 알리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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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창립 심포지엄은 창립선언문 발표에 이어 손병두 전 KBS 이사장과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의 축사로 막을 올렸다.
손병두 전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가짜뉴스가 판 치고 괴담이 춤을 추는 이상한 나라가 돼 버렸다"며 "이렇게 해서는 결코 선진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 '우리 국민이 정직하지 못 하고, 거짓말을 잘하고, 남 탓만 잘한다'고 개탄하며 정직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던 일화를 소개한 손 전 이사장은 "정직하면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쌓이면 소통이 되고, 소통이 되면 협력과 화합을 이뤄낼 수 있다"며 "모든 것의 근본은 정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라고 하는데, 목탁 노릇을 하기는커녕 되레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온상이 되고 있다"며 "언론이 이럴진대 나라는 오죽하겠느냐. 가짜뉴스를 척결하고 올바른 언론이 우리 사회를 선도해야 한다"고 언론이 먼저 모범을 보일 것을 주문했다.
김병준 회장은 "최근 무서울 정도로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며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되는 가짜뉴스인데, 우리 사회가 좌우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가짜인데도 그것을 믿고 따르고 확대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끊임없이 분노와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양쪽 진영을 더 벌어지게 한다"고 강조한 김 회장은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장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국가와 개인의 운명이 정해진다. 모쪼록 바른언론시민행동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어지럽히는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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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발제·토론에 앞서, 바른언론의 팩트체크·아카이브 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경락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박사가 AI 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 아카이브'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가짜뉴스 아카이브'는 특정 사안에 대한 주요 인사의 발언 내용을 누적 수집해 데이터 검색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용자가 한눈에 해당 주장의 일관성을 파악하고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주요 가짜뉴스 생산자의 허위정보 유포 기록 및 관련된 내용이 키워드와 함께 빅데이터로 저장되기 때문에 해당자에 대한 경고 및 대응이 간편해진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또 위키백과 방식의 아카이브 운영을 통해 이용자의 손쉬운 참여를 이끌고, 자발적인 가짜뉴스 펙트체크를 통한 건전한 여론 형성을 돕게 될 것이라고 바른언론은 설명했다.
이창학 바른언론 사무총장은 "향후 가짜뉴스 아카이브 시스템을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챗지피티(ChatGPT) 등 인공지능 챗봇 기술 등과 연계해 활용도를 더욱더 높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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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제자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틀린 보도(오보)는 가짜뉴스인가? △MBC의 대통령 비속어 보도 같은 의도적(악의적) 보도는 가짜뉴스인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술자리 의혹 제기 같은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태를 지니는가? 같은 민감한 화두를 던진 뒤 "가짜뉴스 문제는 '가짜뉴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소통의 질이 총체적으로 낮아지고 여론이 왜곡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윤 교수는 "'진영화' 된 언론으로 인해 신뢰가 약화되고, 독자층 감소와 정파성 심화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우리 사회의 언론 위기를 짚은 윤 교수는 "'정치 권력'이나 '편향된 시민사회' 그리고 '국가'는 위기의 근원으로 볼 수 있는데, 종래 논의들은 이들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순을 안고 있다"며 "가짜뉴스 문제의 원인과 이에 대한 처방은,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하고, 이를 사회적 공동책임 차원에서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짜뉴스와 통계조작'이란 발제를 통해 과거 사례로 본 통계 왜곡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현재 감사원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정권 당시의 소득분배지표, 고용통계, 주택가격지수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양 교수는 언론 위기 해결을 위한 언론의 과제로 △범 언론 차원의 책무성·규범성 제고 △성숙한 시민민주주의 사회에 부합하는 언론전문직 규범 정립 △각 언론사 단위의 책무성 강화/팩트체크·모니터링 활동 내실화 등을 제시했다. 사회적 과제는 △언론의 디지털 전환 지원 △포털뉴스에 대한 사회적 거버넌스 정립 △탈법적·반사회적 유사 언론에 대한 거버넌스 정립 △이상의 과제들을 위한 R&D 및 인력 양성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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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에서는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등이 참여해 가짜뉴스가 사회에 미치는 폐해에 공감하고, 바른언론 환경과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바른언론 창립 심포지엄에는 오정근·김형철 공동대표를 비롯해 권오용 전 SK PR부문 사장, 손병두 전 KBS 이사장, 최광 전 복지부 장관, 김창기 전 조선뉴스프레스 사장, 이심 (사)국가원로회의 공동의장 등 고문단이 참석했다.
또 바른언론 운영위원 및 법률지원단으로 참여하는 민경우 대안연대 상임대표, 이한열 자유민주시민연대 대표,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공동대표, 홍진표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성환 경기대 교수, 함운경 전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황근 선문대 교수, 이상인 변호사(법무법인 오늘), 이인철 변호사, 차기환 변호사(법무법인 선정), 황다연 변호사(법무법인 혜)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