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철 北조선아태위 부실장, 2019년 1월17일 선양서 이화영·김성태 등과 간담회이화영에 "여기 왜 왔나… 나가라, 무슨 낯으로 왔나" 면박 줘… 경기도 측 '당황'2018년 12월 김성태, 北 리호남 등에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대납 약속김성태, 식사 자리 마련해 발렌타인 30년 등 제공… 일주일 뒤 송명철에 돈 전달
  •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압송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압송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송명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조선아태위) 부실장이 2019년 1월17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를 향해 "경기도가 무슨 낯으로 왔느냐"며 호통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조선일보는 이같이 보도하며 쌍방울에 '부담'을 넘긴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송명철이 대놓고 면박을 주자 이 전 부지사가 크게 당황했다고 전했다.

    앞서 2018년 12월 김 전 회장은 중국 단둥에서 북한 국가보위성 소속 공작원 리호남 등을 만나 당초 경기도가 내기로 했던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대납'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 소속 인사들은 이날 쌍방울이 대북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순서에도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 등이 참석한 식사 자리를 따로 마련해 최고급 양주를 대접하며 북한 측 인사를 달랬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019년 1월24일 밀반출한 200만 달러를 선양에서 송명철에게 전달했다. 이어 스마트팜 사업비로 300만 달러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현 민주당 대표) 방북 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추가로 북한 측에 건넸다.

    최근 김 전 회장은 이 밖에도 최소 5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더 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850만 달러 이상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성태 "경기도가 빠지면 돈 주기 어려워"… 北 송명철 달래

    이 전 부지사가 송명철에게 면박을 당한 것은 2019년 1월17일 선양에서 열린 '한국기업 간담회' 자리였다. 쌍방울이 북한 측 인사들에게 대북사업 계획을 발표하려고 마련한 간담회였다. 신모 당시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김 전 회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송명철은 이 전 부지사와 신 전 국장이 간담회에 나타나자 "경기도는 여기 왜 왔나. 나가라. 무슨 낯으로 왔느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송명철의 말에 이 전 부지사 등이 크게 당황했다"면서 "북한 스마트팜 사업을 경기도가 추진하지 못하자 송명철이 화를 낸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스마트팜 사업은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이재명 당시 지사의 결재를 받고 방북한 뒤 추진했지만 경기도의회가 반대해 비용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김 전 회장은 "(내가) 송명철에게 '여기까지 온 것이 그래도 경기도 때문 아니겠느냐. 경기도가 빠지면 돈 주기가 어렵다'고 말하며 달랬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 분위기 좋아지자 이재명에 전화… 이재명, 김성태에 '고맙다'

    김 전 회장은 간담회 이후 식사 자리에 발렌타인 30년 등 고급 양주를 가져와 송명철의 비위를 맞췄다고 한다. 그러자 송명철은 "형(경기도)이 못하는 것을 아우(쌍방울)가 하는구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분위기가 좋아지자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회장을 바꿔 줬다고 한다. 이때 이 대표가 고맙다고 말했다고 김 전 회장이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법조인들은 조선일보에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방북하려던 이 대표가 가장 큰 난관인 '북한의 돈 요구'를 해결해 준 김 전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소설 가지고 자꾸 그러는 것 같다" 부인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2019년 1월24일 김 전 회장은 선양에서 200만 달러를 송명철에게 건넸다고 한다. 쌍방울 임직원 등이 직접 중국으로 반입했거나 환치기를 통해 현지에서 마련한 돈이었다. 

    송명철은 액수를 확인한 뒤 김 전 회장에게 영수증까지 써 줬는데, 검찰은 이 영수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도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송명철, 김 전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배 회장은 당시 수천만원짜리 롤렉스 시계 10여 개를 북한 측 인사들에게 나눠 준 것으로 전해졌다. 

    아태협 안부수 회장도 그 시계 중 하나를 받았다고 한다. 다만 KH그룹 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후 김 전 회장이 2019년 4월 300만 달러, 2019년 11~12월 300만 달러 등을 추가로 줬을 때도 송명철이 영수증을 써 줬다고 한다.

    2일 이재명 대표는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소설 가지고 자꾸 그러시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