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에게 '걱정 말라' 안심시켜""당시 용산경찰서 '80억원 의심거래' 내사… 용산서, 실제로 김만배 소환 안 해""정영학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 김용·정진상 등 통해 영향력 행사했다는 의미""Lee는 이재명, '캠프'는 이재명 사람들"… 2021년 4월 정영학 녹취록도 재조명
  •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소재한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성남의뜰' 사무실. ⓒ뉴데일리DB
    ▲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소재한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성남의뜰' 사무실. ⓒ뉴데일리DB
    경찰이 2021년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내사에 들어갔음에도 이른바 '대장동 일당'은 "이재명 캠프가 힘을 써 준다"며 자신 있다는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동아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2021년 11월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이재명 캠프에서 힘을 써 준다고 하니 너무 걱정 말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유 전 본부장이 2021년 5월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을 살펴본다는 정보를 듣고 전화하자 정 회계사가 이같이 말하며 그를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대장동 일당은 2021년 4월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가 경찰청을 통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포착한 '80억원 의심거래' 관련 자료를 받은 뒤 내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용산경찰서는 당시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성문 씨만 한 차례 조사하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소환하지도 않았다.

    경찰 조사 앞두고 이성문 "용산서도 잘 대비하겠습니다"

    김씨 등 대장동 일당이 경찰 조사를 미리 알고 대비한 대목은 정영학 녹취록에 나타나 있다. 경찰 출석을 앞둔 2021년 4월20일 이씨는 정 회계사와 80억원 등 자금 사용처 은폐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용산서도 잘 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다만 다음날인 4월21일 녹취록에서는 이씨가 화천대유에 자신이 모르는 돈이 80억원 정도가 있다며 정 회계사와 상의하는 대목이 나온다.

    4월22일에도 이씨는 정 회계사와 통화에서 "(경찰이) 수표 추적을 (한다는) 전제하에 내가 돈을 40억, 50억 썼다고 하더라도 거짓말인 것이 들통날 것이고, (대장동 토지) 보상금에 썼다고 해도 들통날 것이고, 선배님(김만배 씨)이 썼다는 이야기는 또 할 수도 없고"라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같은 날 김씨는 정 회계사와 통화에서 "나중에 (경찰이) 수표 추적을 다 했는데 (돈이) 이상한 데서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80억원을 이씨 등이 썼다고 경찰에 진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정영학 "'캠프'는 이재명 시장의 사람들이라는 뜻"

    일명 '이재명 캠프'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풀이된다. 즉, 정 회계사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이 대표 측근들을 통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공판에서 남욱 변호사 측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 내용 메모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정 회계사는 "제일 위에 적힌 'Lee'는 이재명 시장님"이라며 "'캠프'는 이재명 시장의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거쳐 이 대표와 소통했다는 취지의 메모라는 것이 정 회계사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