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B씨 "시청자의견 부정적‥ 공정성 점수 고쳐""수정하기 전 점수도 이미 과락… TV조선에 악의 없어"'TV조선 재승인 방해 의혹' 방통위 차모 과장 전격구속檢, 이모 정책위원도 불러 한상혁 지시 여부 조사 계획
  • 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 재승인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에게 '점수 조작'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1일 업무방해 혐의로 당시 방통위 방송정책 부서에서 일했던 차OO 과장을 구속하고, 이OO 정책위원을 추가 입건하면서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0년 3월 16~20일 코바코연수원 모처에서 TV조선을 포함한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를 했던 12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방통위) 담당 공무원이 '점수 수정이 가능하다'고 말해 TV조선의 일부 항목 점수를 (낮게) 수정했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될 조짐이다. 검찰의 수사 사실이 공론화되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국·과장을 비롯한 사무처는 심사 및 의결 절차를 사무적으로 지원하는 한정적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심사위원 B씨 "TV조선 일부 항목 점수 낮게 수정" 시인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3년 전 전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종편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던 B씨는 "심사 마지막 날 아침, 어떤 심사위원이 점수 수정이 가능한지를 물었고, 심사위원장이 다 모이면 물어보자고 했다"며 "그리고 담당 공무원이 점수 수정이 가능하다고 말해, 공정성 평가 중 시청자 권익 항목 점수를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 단독인터뷰를 가진 B씨는 "심사를 하면서 시청자 의견을 많이 봤는데, TV조선에 대한 시청자 의견이 매우 거칠고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다"며 "그래서 점수 수정이 가능하다고 해서 수정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다만 "총점 기준으로 보면 나는 TV조선에 재승인 기준(650점 이상)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줬다"며 "TV조선에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면 어떻게 그런 점수를 줄 수 있었겠나. 특정 방송사가 싫다는 이유로 감정을 담아서, 그 회사가 문 닫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B씨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B씨는 "수정하기 전 (TV조선의) 점수도 이미 과락 점수였다"며 "내가 수정을 해서 결과적으로 과락이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선일보는 "방통위 양OO 국장과 차OO 과장이 민주언론시민연합 간부 출신 A씨를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위원에 앉히고, A씨에게 점수 조작을 종용한 혐의 등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으나, 민언련은 "A씨는 점수를 수정한 사실이 없고, 지금까지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며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양 국장이 A씨에게 'TV조선의 심사 평가 결과가 재승인 기준을 넘었다'는 취지로 심사 점수 결과를 흘렸다"며 "검찰은 양 국장이 A씨와 술자리를 가지면서 'TV조선 점수를 깎아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후 A씨가 TV조선 점수를 다시 깎은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다른 심사위원을 A씨로 착각해 쓴 것으로 추정된다.

    MBC노동조합(3노조)에 따르면 2020년 3월 19일 밤부터 20일 아침까지 합숙소에서 1차 점수 합산을 끝낸 방통위 직원들이 3명의 심사위원을 다른 장소로 불러내 20일 오전 세션에서 점수를 수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B·C·D씨 등 3명이 TV조선의 점수를 수정했는데, B씨와 C씨는 점수를 낮게 고쳤고, D씨는 '중점심사사항'이 아닌 다른 항목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TV조선, 공정성 점수 '과락'… '재승인 거부' 사유 발생


    TV조선 등 종편 4개사는 3~5년마다 이뤄지는 재승인 평가에서 1000점 만점에 650점을 넘기고, 중점심사사항(공정성 등)에서 기준점의 절반 이상을 얻어야 재승인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심사 당시 TV조선은 총점(653.39점)이 재승인 기준점수인 650점을 넘겼으나, 중점심사사항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부문에서 과락해 위기에 몰렸다.

    심사위원 2명이 공정성 항목 점수를 낮게 수정하면서 TV조선은 기준점의 절반인 105점에 0.85점 미달하는 104.15점을 받아 2020년 3월 26일 '재승인 보류' 결정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20일 '조건부 재승인' 허가를 받아 기사회생했다.

    감사원을 통해 양 국장과 차 과장의 위법 행위를 포착한 검찰은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지난 11일 두 사람을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북부지법은 "중요 혐의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감사 및 수사단계에서의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차OO 과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양 국장의 경우 "피의자의 공모나 관여 정도 및 행태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다음 주쯤 이들과 공모해 재승인 심사위원을 임의로 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OO 방통위 정책위원을 소환해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