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비판했던 '소시지 재벌' 사망, 실족사 추정이라는데 과연?의문사 대부분, 에너지기업가들...푸틴 관여 가능성↑
  • 파벨 안토프 의문사ⓒ트위터 캡처
    ▲ 파벨 안토프 의문사ⓒ트위터 캡처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러시아 부호들이 줄줄이 의문사를 당하고 있다.

    러시아 '소시지 재벌' 인도 여행 중 사망 …그의 죽음에 정부 개입설 '솔솔'

    27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사업가 파벨 안토프는 지난 24일 인도 동부 오디샤 지방의 한 호텔 3층에서 떨어져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안토프는 러시아 최대 육류가공업체 '블라디미르스키 스탠다드' 설립자이자 지역의원 출신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추산한 그의 재산은 1억4000만 달러(약1775억 원)에 이른다.

    오디샤 지방 경찰국은 "안토프가 함께 여행 중이던 친구 블라디미르 비다노프의 급사에 충격을 받고 호텔 발코니에서 방황하다 실족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소시지 재벌로 알려진 안토프는 자신의 생일(22일)을 맞아 친구 3명과 함께 인도여행 중이었는데 절친 비다노프가 호텔 1층 자기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비다노프의 사인을 과음·약물 남용에 따른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이후 안토프도 석연찮은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안토프는 자신의 왓츠앱 계정에 러시아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여러 명이 사상한 사건을 두고 '테러'라고 규탄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게시된 후 러시아 내 친(親) 정부 매체들은 비(非)애국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안토프는  "다른 사람이 실수로 글을 올린 것이다. 나는 애국자이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라며 글을 바로 삭제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속한 통합러시아당의 당원이자 블라디미르시(市) 시의원이다. 일각에서는 안토프 죽음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올해 의문사당한 러 재벌 21명 …대부분 에너지기업 출신

    이 같은 합리적 의심이 나오는 이유는 러시아 정부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러시아 재력가과 기업인들이 줄줄이 사망하는 의문사가 올해 들어 21차례 발생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의문사 당한 기업가 대부분이 에너지기업 출신이란 점이다.

    대표적으로 9월 1일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기업 루코일 회장 라빌 미가노프가 모스크바 한 병원 6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자살인지 사고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루코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분쟁의 즉각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미가노프 회장 죽음에 러시아 당국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했다.

    지난 4월에는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 가스프롬뱅크 부회장도 모스크바 자택에서 총상을 입고 숨친 채 발견됐다. 가스프롬 뱅크는 러시아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 자회사로 가스프롬의 실질적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레오니트 슐만 ▲이고프 노소프 ▲알렉산드르 튤라코프 ▲미하일 와트포드 ▲바실리 멜니코프 ▲세르게이 프로토세냐 ▲안드레이 크루콥스키 ▲알렉산드르 수브보틴 ▲유리 보로노프 ▲다닐 라포포트 ▲이반 페초빈 ▲블라디미르 순고르킨 ▲아나톨리 게라쉬첸코 ▲파벨 프첼니코프 ▲뱌체슬라프 타란 ▲그리고리 코체노프 ▲드미트리 젤레노프 ▲알렉산드르 부자코프가 의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야당 정치인, 언론인, 인권운동가 수십명 사망 …15년동안 무려 40여명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에도 푸틴 체제 아래에서 줄줄이 의문사를 당한 야당 정치인, 언론인, 인권운동가는 수십 명에 달한다. 최대 피해를 입은 직업군은 언론인이다. 2000년 한해에만 기자 6명이 푸틴을 비롯한 권력층 비리를 추적, 폭로하다가 살해됐다.

    2002년에는 무려 8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6년에는 푸틴 정부의 체첸 정책과 인권탄압을 파헤치던 <노바야 가제타>의 안나 폴리트롭스카야가 사망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푸틴 15년 체제 동안, 권력층과 정부 비리 폭로로 피살된 언론인은 40여명에 달한다.

    이 모든 사건을 푸틴이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추후 진실이 밝혀질 때, 엄청난 죗값은 필연적 결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