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의 이틀 뒤 배석자 없이 만나… 자료집 전달하며 수용 호소6개월간 6가지 혁신안…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등 민감한 사안 다뤄정진석, 당권 레이스 돌입한 만큼 혁신안 수용 차기 지도부로 넘길 듯
  • ▲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이종현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이 최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30분간 '독대'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민감한 공천제도 개혁을 예고하며 야심차게 출발한 혁신위는 6개월 동안 혁신안을 내놨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물러나며 추진력을 잃었다. 혁신안이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 의결이 필요한 만큼 '담판'으로 수용을 호소한 것이다.

    혁신위원장 최재형, 비대위원장 정진석과 30분간 독대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정 비대위원장과 30분간 다른 배석자 없이 독대했다. 최 의원이 혁신안 자료집을 전달하며 마지막 보고 형식의 논의를 했다고 한다.

    혁신위는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이준석 당시 대표가 띄운 조직이다. 그러나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로 이 전 대표가 지도부에서 물러나면서 자연스레 당 안팎의 주목도가 떨어졌다.

    혁신위는 지난 6개월 동안 △공천관리위원회 권한인 공천 후보자 부적격 심사 당 윤리위 이관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확대 및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온라인 당원투표제 도입 △당내 상설위원회 개편 및 특별위원회 활성화 △국회의원 정기 평가제 도입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 및 여의도연구원 개혁 등 6가지 혁신안을 발표했다.

    최 의원은 지난 26일 마지막 회의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님을 비롯한 당 지도부께서 이번 혁신안이 우리 당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전향적 검토를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조만간 정 비대위원장을 만나겠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비대위원장이 브라질 대통령 취임 경축 특사단장으로 30일 출국하기 전 독대를 통해 혁신안 수용을 호소한 것이다.

    최 의원은 그간 이 전 대표의 그늘에 가려 '이준석 기구'로 낙인 찍힌 혁신위의 동력을 얻기 위해 당 지도부 인사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 사태 수습을 위해 당권을 잡았던 권성동·주호영 의원이 혁신위 회의에 참석하고 정 비대위원장이 최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모시겠다고 하는 등 기대감을 모았으나 이후 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 뚜렷한 소통은 부재했다.

    당권 레이스 돌입해 민감한 의결 사안 차기 지도부로 넘길 듯

    최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정 비대위원장께서 '혁신안 의결을 비대위에서 결정할지 새로운 지도부로 넘길지는 더 논의해봐야겠다'고 하셨다"며 "구체적인 처리 방안에 대해 말씀하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 비대위원장은 혁신안 수용 여부를 당장 결정하지 않고 차기 지도부로 넘기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날짜를 내년 3월8일로 예고하고 선관위가 예비경선(컷오프) 숫자 등 막바지 룰 작업에 착수한 만큼 현재 지도부가 공천제도 개혁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룬 혁신안을 덜컥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혁신안 내용을 보면 큰 정치적인 아젠다와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는 내용은 저희가 다루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당 내부 혁신에 집중했다"며 "우리 당에서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점들에 대한 혁신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이어 "큰 정치적인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하는 내용을 담았기에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수정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당 지도부가 수용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