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사과 거듭 요청… "간접 사과에 진정성 안 느껴져"이재명 측 "대신해 다시 한번 유족에 사과의 말씀 드리겠다"재판부, 변론 종결… 판결 선고기일 내년 1월12일로 지정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상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상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조카의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지칭하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피해자 유족 측이 이 대표가 직접 사과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이 사건 최종 변론기일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부장 이유형) 심리로 열린 2차 변론기일에 이 대표 측 대리인 자격으로 출석한 나승철 변호사는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하지 못했지만,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이 대표를 대신해 다시 한번 유족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언급했다.

    유족 측 "대리인 통해 사과? 진정성 없다"

    이에 유족 측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지금 제1야당 대표이고 한때 대선후보까지 했는데 직접 사과문을 제출하면 진정성도 있지 않겠느냐"며 "대리인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는 것보다는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족 측은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대표가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변호인끼리 협의해 직접 만나 사과하는 방법도 있다"며 "이런 간접적 사과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정치적 행위라고 유족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 측은 지난 4일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2021년 11월24일 페이스북 글에서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밝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 사과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 ▲ '이재명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측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을 마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이재명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측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을 마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유족 측 "이재명 과거 주장과 페북 글 왜 다른가"

    이날 법정에서 유족 측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기간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16년 전 자신의 조카를 변호했던 기록을 근거로 변론을 진행했다.

    지난 대선 기간 조카의 일가족 살인사건을 변호했던 사실로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글에서 이 대표가 "한때 가까웠던 사이라는 것은 책임 가중 사유이지 책임 감경 사유는 아니다"라고 한 것을 두고 유족 측은 "16년 전 변론 내용을 보면 이 대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을 굉장히 강조하면서 감형을 주장했다"며 "유족들의 입장에서 이 대표의 과거 변론과 페이스북 주장 내용이 너무나 달라 정신적 고통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이 대표 측은 "16년 전 변론 당시 발언이 유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미 시효가 지났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 측은 그러면서 "당시 페이스북 글을 봐도 '데이트폭력'이 아니라 '데이트폭력 중범죄'라고 했다"며 "사실을 왜곡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썼을 당시에도 언론에서 여러 차례 '데이트폭력'이라고 썼다"며 "언론에서 쓴 것을 이 대표가 썼다고 해서 불법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 변론을 종결했다. 판결 선고기일은 내년 1월12일로 지정됐다.

    이 대표는 2006년 전 여자친구와 그의 모친을 수십 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조카 김모(44) 씨의 살인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당시 이 대표는 김씨의 심신미약과 음주감경을 주장했다.

    사건은 김씨가 여자친구 A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후 벌어졌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 직전인 2006년 5월 오후 칼과 테이프 등 살인도구를 미리 구입했다. 이후 김씨는 A씨 일가의 자택으로 찾아가 A씨와 A씨 모친을 각각 19회, 18회씩 칼로 찔러 살해했다. A씨 부친은 목숨은 구했으나 중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