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여명 관련 교사 중 100여명만 보수가명 쓰고 재직 학교 명도 못 밝혀
  • 지난 9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과서 어떻게 할 것인가?-교과서 문제의 원인과 대책' 토론회. ⓒ박선영 페이스북
    ▲ 지난 9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과서 어떻게 할 것인가?-교과서 문제의 원인과 대책' 토론회. ⓒ박선영 페이스북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빼고,
    6.25에선 '남침'도 빼고


    무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 2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역사교과서 문제가 주요 언론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자가 빠졌다.
    6·25에서 ‘남침’도 빠졌다.
    이런 내용 등이 1면 톱뉴스로 등장했다.
    그리고도 몇 면을 할애, 2022년도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으로 공개된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많은 언론이 며칠을 두고 대서특필했다.
    사설과 오피니언도 이어졌다.
    오는 2025년부터 우리 학생들이 배울 교과서 문제 때문이다.

    사실 교과서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 1990년대 초부터 교과서, 특히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비판적 사고를 중시하자던 교육계 풍토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사실적 지식에 대한 교육 없이 비판적 사고만 강조하면서 교과서가 이상해진 것이다.
    예컨대,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렇게 잘 살게 되었느냐' 하는 주제에 대해, 과정이나 노력에 대한 역사는 가르치지 않는다.
    그 대신 ‘빈부격차가 심각해졌다’ ‘사회가 삭막해졌다’라는 등의 사실만 부각하며, 그것을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 함양이라고 정당화하는 식이다.
    자연히 ‘재벌은 참 나쁜 조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식이다.
    ‘비판적 사고’라는 그럴싸한 용어로 우리의 근현대사를 비틀기 시작한 것이다.

    '용어전쟁' 참패...언어가 곧 이념

    일단 ‘용어전쟁’에서 보수는 패배했다.
    언어는 단순한 기호나 사용 부호가 아니다.
    이데올로기 자체를 내포하고 있는 수단이다.
    언어가 곧 이념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는 어쨌든 졌다. 

    돌이켜보면, 역사교과서는 1974년에 국정화된 이후 1997년 제7차 교육과정부터 검정체제로 전환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교과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전에는 일종의 분위기를 잡고 터전을 마련하는 ‘전초전’이었다.
    검정교과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논란 끝에 2013년, 교과서를 다시 국정화했지만, 좌파들과 야당이 교과서 문제를 광화문 광장으로 끌고 가면서 이른바 ‘교학사 교과서 사태’를 야기했다.
    집필진조차 밝히지 못 한 국정교과서는 채택율 0라는 오명을 둘러쓴 채, 2017년에 다시 검정으로 전환됐다.
    광화문을 뜨겁게 달군 국정교과서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친일’ ‘독재’ ‘수구’라는 프레임을 보수들한테 씌우면서 일반 국민을 선동했다.

    프레임 전쟁에서도 패배

    이 과정을 거치면서 보수는 프레임 전쟁에서도 패배했다.
    1997년 용어전쟁에서 진 후 2022년엔 프레임전쟁에서도 또 진 것이다.

    여전히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는 문제투성이지만, 용어와 프레임에서 패배한 보수는 마지막 보루라도 지키기 위해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소위 ‘역사전쟁’에서 보수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세라는 사실은 치욕적이다.

    5년 만에 다시 발화된 교과서 논쟁.
    주요언론이 연일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지만, 보수는 제대로 된 세미나 한 번 열지 않았다.
    아니, 열지 못 했다.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었지만, 자료집조차 나오지 않았다.
    참가자도 수 십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게 보수의 현실이자 민낯이다.

    완전 장악된 역사계...나서기 두려워
    100명 미만이 "숨어서 활동한다"


    역사계는 좌파가 완전히 장악했다.
    현장에서 역사나 사회과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좌경화되어 있다.
    발제자를 구하기도 어렵다.
    보수쪽의 연구자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서려고 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 세미나 자료집조차 못 내는 것이고, 2013년 국정교과서의 집필진조차 공개하지 못 한 것이다.

    중고등학교 역사교사 8천 명 가운데, 보수쪽 교사는 100명이 채 안 된다.
    학자든, 교사든 보수에 대한 좌파들의 공격은 집요하다.
    견디기가 힘들 정도여서 발제나 토론을 할 때도 가명을 사용한다.
    재직하고 있는 학교도 못 밝힌다.
    그래서 그들은 자조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독립운동 하듯 숨어서 교과서 비판 활동을 한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이런 상황에서 보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무슨 일부터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 국가 정체성을 바르게 가르칠 수 있을까?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가능한 한 공적 활동을 자제하고 있던 나는, 이렇게 완전히 전도된 역사 교육 현장에서 교과서 문제가 재점화하고, 이슈화하는 상황이 죽도록 괴로웠다.
    수면방해를 받을 정도였다.
    잠자코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돌을 맞아도 나서야겠다, 비겁한 패배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더욱이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몇 년을 뛰어다니며 안간힘을 썼던 당사자로서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젊은 연구자들 나섰다

    그래서 마련했다.
    긴급 현안 세미나를.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둔 지난주 수요일, 9월 7일의 일이었다.
    걱정했지만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이 모였다.
    목마른 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자료집은 세미나 시작 전에 일찌감치 동이 났다.
    발제자를 제외한 토론자는 모두 젊은 연구자들로 구성했다.
    그들이 쏟아낸 워딩 하나하나가 청중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21세기에 좌파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보수들의 피맺힌 논의들을 앞으로 서너번에 걸쳐 이 공간에 순화시켜서 요약, 소개하고자 한다.
    귀한 기회를 주신 <뉴데일리>에 감사드린다.
    다만 국제인권의원연맹회의차 12일에 출국하는 관계로 중간에 두어 번은 교과서 외에도 총회에서 논의되는 북한인권문제도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다시 한 번 교육과 북한인권에 평소에도 높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뉴데일리>와 독자들께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