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본부·국방부, 국회 질의에 "어선 소독 촬영 사진·영상자료 없다"당시 野 "선박, 국정원 요청으로 깨끗이 소독… 누가 봐도 증거인멸"文정부 발표 연일 도마에… 국민의힘 "감청정보 등 자료 공개해야"
  • ▲ 2019년 11월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어민이 타고 온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한 뒤 기다리고 있다.ⓒ통일부 제공
    ▲ 2019년 11월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어민이 타고 온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한 뒤 기다리고 있다.ⓒ통일부 제공
    문재인정부 시절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북송사건과 관련해 당시 북한 선원과 선박을 소독한 검역당국과 국방부가 소독 당시 사진 또는 영상을 촬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야당은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이유로 선박과 어민 등을 대상으로 소독을 진행한 것과 관련,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발표가 연일 도마에 오르는 상황에서 검역본부 등이 사진 등 자료를 남기지 않은 만큼 증거인멸 의혹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을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소독 사진·영상자료 없다" 증거인멸 의혹 확산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역본부는 2019년 11월2일 북한 어선 대상 소독 및 검역 당시 검역본부에서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검역본부는 귀순 어선이 동해에서 나포·압송된 당일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오후 1시45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탈북 어민 2명을 소독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7시15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들이 타고 온 어선을 검역 및 소독했다.

    소독 시간이 다른 것은 선원을 해군 함정으로 우선 호송하고, 나포한 어선은 당일 저녁 동해 제1함대에 입항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당시 사진 또는 영상을 촬영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검역본부는 "나포 어선 검역 및 소독업무 수행 시 사진 또는 영상 촬영은 필수사항이 아니며, 해당 건은 보안구역이라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당시 검역본부 등에서 파견된 9명의 검역관은 해군 함정 3척과 탑승자 90여 명도 소독했는데, 검역을 받은 당사자인 해군 등도 사진 또는 영상으로 당시 상황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는 안 의원의 질의에 "별도의 사진 및 영상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안 의원에게 "나포 시 검역 과정과 관련해 촬영된 자료도 없다"고 재차 설명했다.

    당시 野 "조사 흉내만 낸 증거인멸"

    당시 야당은 선박 소독과 관련,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지만, 사건 현장을 들여다볼 유일한 단서인 선박을 입항하자마자 소독하면서 관련 증거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현 강원도지사인 김진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11월9일 발표한 성명에서 "귀순한 북한 주민 2명을 강제북송한 사건은 의문점 투성이다. 2명이 16명을 살해했다고 하는데 이들이 무슨 터미네이터인가"라며 "타고 온 배는 국정원 요청으로 깨끗이 소독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증거인멸이다. 그냥 조사하는 흉내만 내다가 5일 만에 서둘러 북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좁은 배 안에서 총기도 사용하지 않은 채 다른 16명을 살해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사 과정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선박을 소독했던 검역본부도, 소독을 받은 군 당국도 당시 사진·영상자료를 보유하지 않은 만큼 증거인멸 의혹의 칼끝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을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발표와 배치되는 주장이 나오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검역본부는 당시 검역관들이 소독·검역 대상에서 혈흔을 목격한 바 있는지 묻는 안 의원 질의에 "확인 사실 없음"이라고 답했다. 당시 출장자인 동물검역관 3명 중 퇴사한 2명을 제외한 한 명에게 확인한 결과였다. 

    그러나 김은한 당시 통일부 부대변인은 2019년 11월8일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혈흔이나 DNA가 확보됐느냐'는 질문에 "혈흔 같은 것은 어느 정도 배 안에 그러한 (범행) 흔적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국민의힘 "선박 소독, 증거인멸 시도 의심"

    문재인정부 인사들은 탈북 어민 2명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통일부가 공개한 북송 영상에서는 탈북 어민이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북한군을 보자 현실을 깨달은 듯 털썩 주저앉고, 머리를 땅에 찍으며 자해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국민의힘은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1년8개월이 흘러 진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사건 당시 합동신문 내용, 자필 귀순의향서, 20매 분량의 이력서, 국정원이 검찰에 고발한 고발장 등의 '원천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이유동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대변인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문재인정부는 북송 어민이 16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며 "당시 선박을 소독한 검역관이 혈흔을 목격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선박을 소독한 것은 증거인멸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 등 관련 부처는 당시 감청정보와 선박 사진 등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