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을' 당협위원장에 이준석 측 정미경… '친이준석' 허은아는 동대문을'친윤 맏형' 정진석… "공천혁신은 공명정대해야" 이준석 꼬집어'친윤계' 다른 의원 "왜 지금 공천 이야기를 하나… 권력투쟁" 지적'당 원로' 이인제 "상황 정리할 때 됐다… 비판하는 일도 부질없다"'윤핵관' 권성동… "권력투쟁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억측" 진화작업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지난 1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지난 1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6·1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국민의힘의 내부 주도권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선거 이후 띄운 혁신위원회에 이른바 친윤(親尹)계가 견제구를 날리는 등 당 주도권 싸움 전면에 나섰다.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에서 시작된 親尹의 견제구

    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윤리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24일 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당원권 정지와 출당 등의 징계로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생기면서 전국선거를 치르며 자중하던 친윤계가 당 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특히 이 대표 측의 당원협의회 위원장 내정에 당 내 불만이 터져나왔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경기도 성남 분당을과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에 정미경 최고위원과 허은아 수석대변인을 각각 내정하고 최고위원회의 추인만 남겨두고 있다.

    이에 친윤계의 맏형 격인 정진석 국회 부의장은 이 대표가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공천제도를 손본다며 꺼낸 혁신위원회 카드를 언급하며 쓴소리했다.

    정진석, 정미경 등 당협 내정 논란에 "자리 뺏어가듯"

    정 부의장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혁신위로 공천혁신을 한다는 상황에서 공명정대해야 한다"며 "(분당을을) 정치신인들의 등용문으로 활용하거나 그 지역에 연고가 깊은 분들을 내보내야 한다. 정미경 최고위원이 수원의 딸로 재선을 했으니 그 지역에서 평가받아야 하는데 왜 자리를 뺏어가듯이 하느냐"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은 다만 당 주도권 다툼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준석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의도는 없고, 당의 중심을 잘 잡고 공명정대하게 운영해 달라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재선의원을 지낸 정 최고위원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보궐선거 경선에 도전했다 조은희 의원에게 밀려 공천 받지 못했다. 허 대변인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지역구가 없다.

    당협위원장은 당을 대표해 그 지역을 관리하는 인사로, 주로 총선 등에서 공천 받는 데 유리하다. 사실상 총선을 2년 앞두고 이 대표와 가까운 두 사람의 지역구를 변경해 주거나 새로 지정해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친윤계에 속한 한 의원도 통화에서 "집권당의 혁신은 모두가 해야 한다. 그런데 왜 지금 시점에서 공천을 두고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혁신이라고 하지 말고 차라리 권력투쟁이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우크라 방문도 당 내서 수군수군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도 당 내 잡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외교라는 것은 행정부의 영역인데 집권당 대표가 분쟁지역에 뛰어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 원로인 이인제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후 복구를 여당 대표가 상의할 문제인가"라며 "(이준석 대표는) 그러면서 기차는 달린다고 말한다. 그 기차에 국익을 위협할 폭탄이 실려 있는 것도 모르면서 철부지 같은 소리를 한다. 이제 상황을 정리할 때가 됐다. 그를 비판하는 일도 부질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제가 와 있는데 한국에 계신 분들이 대한민국 정부 입장과 다른 얘기를 해 외교적으로 정부를 곤란하게 하고 있다"며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와 정부 입장을 숙지하고 그 범주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동맹 미국의 입장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메시지를 내는 것일 텐데, 다들 자중하라"고 언급했다.

    정 부의장이 전날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폄하한 데 따른 반박이다. 

    이 대표는 같은 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 표현을 활용해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고 짧은 글을 쓰기도 했다.

    이 대표와 친윤 의원들 간에 다른 견해가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을 두고 당 내부에서는 굵직한 전국선거 이후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싸움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1년도 남지 않았고, 이 대표 징계에 따른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도 생기면서 일찍부터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당 내 인사들이 이 정도로 지도부를 흔들지는 않았다"며 "주도권을 쥐면서 당권주자로서 존재감을 강하게 보여주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준석 대표의 인지도가 높지만 카리스마와 무게감, 당 내 조직 등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 더 세게 흔들리는 것 같다"며 "이준석 대표를 흔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슈화가 된다"고 분석했다.

    계파색이 옅은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위를 둘러싸고 총선 공천권을 염두에 둔 힘겨루기가 벌어진다면 국민은 우리 당에 매우 실망할 것"이라며 "혁신이 물 건너가고 진흙탕 권력투쟁으로 전락한다면, 당이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이 대표와 친윤계 모두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권성동, 당 내분 경계하면서 논란에는 절차 지적 예고

    일부 친윤계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연이은 선거 승리 이후 당 내분을 경계하면서도 이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거두지 않았다.

    친윤계 핵심 인사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후 "권력다툼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언론은 항상 정책 관련 보도보다는 당의 내분이나 당과 당의 싸움에 좀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항상 구성원들로부터 비판 받는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잘하면 잘한 대로 칭찬받고 (구성원) 본인 생각과 다르면 비판받기에, 비판 자체를 권력다툼으로 비화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가 내년 6월까지인 임기를 채워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당 내에서 이준석 대표 측 인사가 당협위원장에 내정된 것에 대한 비판여론도 있다'는 지적에 권 원내대표는 "어떤 분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조직강화특위에서 선정한 뒤 최고위에 올라오니, 최고위에서 만약 부당한 선정이 있다면 그 부분은 지적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구체적으로 정 최고위원의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 내정을 언급하자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아직 (최고위에) 올라오지 않았고, 조강특위에서 어떻게 결정했는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