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게 뭐 있나" 무기력… "부끄러움으로 기록될 것" 말로만 비판 "최고위 비공개 시간에도 '검수완박 대책' 없이… 헌재 결정만 바라봐""당분간 청문회에만 집중" 수동적… 의원직 총사퇴 등 강력한 모습 보여야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 공포됐지만,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된 국민의힘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비판 메시지 내기에만 급급했다.

    과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막지 못하자 원내대표 사퇴 등 결단을 내렸지만, 의석 수 차이로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지 못하며 전투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 공포에도 의총 없이 잠잠한 국민의힘

    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로 검수완박 입법이 마무리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했음에도 후속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의총을 열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한 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검수완박과 관련해 따로 의총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당분간은 윤석열정부 초기 국무위원 국회 인사청문회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기 위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들께 검수완박법을 제대로 막지 못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으나, 법안 공포 이후에도 여론전에만 집중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악법을 공포하고야 말았다"며 "국민 설득은 안중에 없었고 비판은 원천봉쇄했다. 심지어 스스로 답도 못하는 법안을 공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결코 꿈처럼 잊힌 대통령이 안 될 것이다. 검수완박은 헌정사상 부끄러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한 권 원내대표는 "지난 5년 문재인 대통령은 마치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쇼 했다. 자랑할 때는 앞장서고, 사과해야 할 때는 참모 뒤에 숨고, 불리할 때는 침묵했다"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마침내 쇼잉의 결과가 퇴임 이후 자기 안위임이 밝혀졌다"며 "법으로부터 도피했다고 안심 마라. 쇼잉 시간은 끝났다. 심판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러나 다음 투쟁 방안에 관한 논의 없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아직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이 남았다. 대한변협과 전·현직 교수 6000명이 위헌 소송을 냈다"며 "헌재는 이념과 정파를 떠나 헌법정신에 따라 위헌성을 따져 헌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고위 비공개 시간에도 검수완박은 안 나와

    복수의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회의 시간에도 검수완박과 관련해 아무런 후속 대응을 논의하지 않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의 입법독주 속에서 의석 수 차이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도부 사퇴나 의원 총사퇴 등 직을 던지는 결단 없이 비판 메시지만 되풀이한 것이다.

    2020년 12월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 민주당이 주도한 주요 법안을 막지 못한 데 책임을 지는 의미로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주 원내대표는 그러나 곧바로 의총에서 재신임을 받으며 임기를 이어갔고, 의원들이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 주며 투쟁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 내에서 권 원내대표 책임론 등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의 (검수완박) 사후 대응을 가이드 삼아 당이 지지하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권성동 원내대표 책임론은 없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그런 것이 나올 분위기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나"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당원들은 투쟁력을 잃은 지도부를 질책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할 말 있어요' 게시판에는 검수완박 대응을 비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당원은 "왜 권성동 원내대표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검수완박이 완성되니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것이냐"며 "국민의힘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당원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아둔하고 미숙한 대응으로 민주당에 들러리 서 준 국민의힘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