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사장 시절, 고비용·저효율 명목‥상파울루·런던·상해지국 폐쇄KBS보도본부, 상파울루 지국 재개설 논의… "특정인 위한 안배" 소문前 런던특파원 P기자 "'지국 폐쇄' '특파원 소환'은 블랙리스트 사건"
  • KBS가 양승동 사장 시절 폐쇄했던 브라질 상파울루 지국을 재개설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S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보도본부 취재제작회의에서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 특파원 한 명씩을 추가로 배치하고 상파울루에 지국을 개설하는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뉴스 이슈가 크지 않고 수요 대비 비용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해당 지국을 없앴던 KBS가 이를 다시 설치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같은 개편이 사실상 '특혜성 인사'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KBS 내부에서 제기됐다.

    KBS 경영진이 양승동-김의철 체제에 헌신한 특정인을 특정 지국으로 보내기 위해 폐쇄된 해외 지국을 다시 여는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특정 외국어 구사 기자 위해 상파울루 지국 '재개설' 의혹"


    지난 25일 성명에서 상파울루 지국의 부활(?) 소식을 알린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은 "보도본부에 회자되는 소문에 따르면 특정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특정 기자를 특정 지국에 보내기 위해 이번 지국 개설 시도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며 실제로 차기 상파울루 특파원으로 거론되는 기자가 있음을 암시했다.

    KBS노조는 "보도본부장 시절 뉴스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런던과 상파울루 지국을 폐쇄한 김의철 사장이 왜 갑자기 폐쇄 지역에 지국을 다시 개설한다고 난리법석인가"라며 "거짓말이 가득 찬 허위로 사장 업무수행 계획서를 작성하더니, 경영도 '그때그때 달라요' 식으로 제 맘대로 운전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고 김의철 사장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KBS노조는 "갑작스러운 지국 폐쇄 결정으로 현지 사무실 계약을 해약하면서 적지 않은 위약금이 발생했다"며 "당시 보도본부장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김의철 사장의 배임 혐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런던 지국의 예를 든 KBS노조는 "당시 사무실 계약 중도 해지 위약금으로 1억8000여만원이 발생했는데, 그나마 런던 특파원의 노력으로 6300여만원으로 위약금이 감소했다"며 "회사가 지국 폐쇄 방침을 제때 알리지 않는 바람에 해당 특파원이 현지 고용인과 한 달 사이 2회씩이나 고용계약을 맺는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지국 폐쇄' '특파원 소환'은 파업불참 직원에 대한 보복"

    KBS는 2018년 양승동 사장이 취임한 이후 중국 상하이, 브라질 상파울루, 영국 런던 지국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세 지국은 2019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사라졌다.

    당시 KBS는 '업무 효용성'과 '경제적인 이유' 등을 들어 해외 지국을 폐쇄한다고 밝혔으나, KBS 내부에선 사실상 '인사 보복'이라는 말이 나왔다. 언론노조가 장악한 경영진이 2017년 KBS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에게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해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런던·상하이·상파울루에 파견된 특파원들은 파업에 불참한 것 외에도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2018년 2월 런던 특파원으로 나가 2019년 1월 31일 해당 지국이 폐쇄되면서 본사로 복귀한 P기자는 "런던 지국 폐쇄와 저의 소환은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예견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이는 KBS 보도본부판 블랙리스트 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

    P기자는 지난 22일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이러려고 지국 폐쇄하고 특파원 소환했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7년 당시 파업 중이던 KBS기자협회는 그해 10월 18일 성명을 통해 기자들에게 '특파원 선발 과정에 참여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회사에는 '특파원 선발로 기자 사회의 분열을 책동한다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20일과 12월 11일에도 KBS기자협회가 '부당한 특파원 선발은 반드시 원점으로 되돌릴 것'이라는 경고성 성명을 냈다"고 밝힌 P기자는 "이러한 주장들은 제가 런던에 부임한 뒤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특파원 부임 후 '회사 분위기가 안 좋으니 들어오라' 종용"

    P기자는 "국제부 팀장이 OO 데스크에게 제 리포트를 받지 말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담당 주간은 저에게 전화를 걸어 '내부 분위기가 아주 안 좋으니 모양새 좋게 자진 귀국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봤다"면서 "그는 '어차피 인사 발령이든 지국 폐쇄 등 어떤 조치가 있을 것 같은데,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게 연착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P기자는 "결국 '2017년 총파업' 뒤 새로 출범한 보도본부 집행부는 2018년 6월 21일 게시판에 '보도본부 특파원 제도, 이렇게 바꿨습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려, 런던·상파울루·상하이 지국을 없애고 특파원들을 상대로 중간 평가를 실시해 기준 미달시 귀국시키겠다는 방침을 전했다"고 밝혔다.

    P기자는 "당시 중간평가 대상 특파원들은 2017년 7월 1일, 즉 고대영 사장 시절에 발령난 6명의 특파원들로 이제 막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런던 지국이 폐쇄된 것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특정인을 그 자리에서 강제로 내쫓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개했다.

    P기자는 "지국 폐쇄 과정을 살펴보면 당시 회사가 얼마나 무모하게 폐쇄 작업을 밀어붙였는지 알 수 있다"며 "회사 측은 해당 지국과 지국 폐쇄에 관해 어떠한 논의나 의견 수렴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해당 특파원들은 폐쇄 결정 사실을 발표 당일에서야 알았다"고 토로했다.

    "국민의 방송인 KBS가 특정 집단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P기자는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지난 잘못을 기록해 다시는 똑같은 실책을 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