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지난 24일 '朴 대국민 담화' 발표 현장에 '소주병' 던져경호원들 '철벽엄호'로 위기 모면… 朴 1m 앞까지 '유리파편' 튀어이모씨 "인혁당 피해자"라고 주장… 4.9재단 "인혁당과 관련 없어"
  •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

    "기습이다!" "엄호해!"

    지난 24일 낮 12시 17분쯤 '대구 사저'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던 도중 갑자기 소주병이 날아들었다.

    이날 취재진을 위해 마련된 포토존 안에서 서성이던 한 남성이 느닷없이 소주 한 병을 던져 박 전 대통령 왼쪽 앞 3m 지점 바닥에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로 인해 부서진 유리 파편이 박 전 대통령 앞 1m까지 튀었으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백팩을 등에 맨 이 남성이 소주병을 던지려 할 때 이를 제일 먼저 알아챈 사람은 여성 경호원이었다.

    박 전 대통령 왼쪽 앞에서 전방을 주시하던 긴 머리의 여성 경호원은 남성이 소주병을 투척하려 하자, "기습이다"라고 외치면서 두 팔을 벌려 박 전 대통령의 앞을 막아섰다.

    소주병이 날아오는 상황에서도 방어 자세를 유지한 이 경호원은 소주병이 자신의 발 앞에 떨어져 깨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뒤 뒤로 돌아 박 전 대통령에게 달려갔다.

    이 경호원이 "기습이다"라고 외치는 순간, 다른 경호원들도 "엄호해"라고 외치면서 순식간에 박 전 대통령 주변을 에워쌌다.

    또 다른 여성 경호원이 박 전 대통령의 바로 앞에 선 가운데 나머지 경호원들이 서류가방 모양의 '방탄판'을 펼치며 박 전 대통령을 사방에서 보호했다.

    이처럼 10여명의 경호원들이 메뉴얼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자, 현장에 있던 주민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朴, 상황 정리되자 "이야기가 끊겼다"며 미소‥ 발언 이어가


    이들은 대통령 경호처에서 파견된 경호원들로 확인됐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비록 특별사면됐어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수 없다.

    다만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기본 5년, 최대 10년까지 지원돼 대통령 경호처가 박 전 대통령의 경호를 맡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 3월 10일 퇴임한 박 전 대통령은 원래 이달 10일까지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양측의 협의로 경호 기간을 5년 더 연장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한 경우 그로부터 5년까지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경호처장이 고령 등의 이유로 경호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5년 더 경호를 받을 수 있다.

    한편, 경호원들의 발빠른 대처로 위기 상황을 모면한 박 전 대통령은 소주병을 던진 괴한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상황이 정리되자 다시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내미는 취재진에게 "이야기가 끊겼다"며 미소를 건넨 뒤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듯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씨, 정신과 치료 병력… 경찰, 25일 구속영장 신청

    뉴데일리 대구·경북 취재본부에 따르면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소주병을 던진 남성은 이OO(47) 씨였다.

    이씨는 과거 한 정신병원에서 3년간 입원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인 대구시 달성경찰서 형사계는 특수상해 미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25일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집시법 위반 여부도 검토했으나 이번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적용하지 않았다.

    또 이날 바닥을 적신 '소주로 추정되는 액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다만 일부 경찰 관계자들은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번 사안을 위중하게 본다"면서도 "소주병 하나 던진 것만으로 구속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씨는 현재 달성경찰서 유치장에 자리가 없어 인근 성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소주병 투척男과 인혁당 사건은 무관"

    범행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이씨는 경찰 진술조사에서 자신은 1960년대 인민혁명당 사건의 피해자로, 박 전 대통령이 사법 살인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 화가 나 집에서 마시던 소주병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씨는 "HR_인민혁명당(us.ne.kr)" "인민혁명당에 가입해달라" "010-XXXX-XXXX" "사법살인진실규명연대"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 추가 조사 결과 이씨는 인민혁명당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인혁당 사건) 희생자 추도단체인 4·9통일평화재단(이사장 문정현)도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씨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4·9통일평화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소주병을 던진 40대 남성이 자신은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1975년 4월 8일에 형이 확정된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는 사형수 8인을 비롯해 총 25명으로, 당사자들과 당사자들의 배우자들은 현재 모두 70세를 넘긴 고령"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녀나 손자녀들 중에도 이씨와 같은 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씨는 인혁당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4·9통일평화재단은 "이씨가 활동하고 있다는 'HR_인민혁명당(us.ne.kr)'이라는 카페 역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과는 전혀 무관한 카페"라며 "오히려 이 카페에는 유족들의 동의 없이 인혁당 사형수 8인의 사진을 게시해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이에 대한 시정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