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선 전후 관영매체 통해 내정 간섭하려는 의도 노출…한중관계를 ‘예속’ 관계로 취급중국의 억지스런 주장, ‘사실’ 기반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며 ‘상호존중’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 ▲ 지난 10일 당선이 확정된 뒤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이종현 기자.
    ▲ 지난 10일 당선이 확정된 뒤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이종현 기자.
    올해 우리의 대선을 전후해 중국은 한중관계에 관한 경고성 메시지를 내보내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대선 전날과 직후 다음날 사설(社評)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대선 후보의 한중관계에 관한 공약의 문제점과 당선인의 대중국관(觀)의 문제점을 각각 지적했다.

    중국, 대선 전후 한중관계에 관한 경고성 메시지…전례 없는 일

    과거 대선에서 중국의 이런 언사는 없었다. 대부분 주한중국대사가 당선인에게 중국 국가주석의 축전을 전하며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중국 언론들도 과거에는 당선인의 약력과 더불어 그의 정책비전 및 한중관계에 대한 입장을 소개만 했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전후하여 중국공산당이 당 기관지를 통해 한중관계에 대한 입장과 한국 대선 후보와 당선인에게 충정어린(?) 조언을 고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당선인을 조련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드러냈다.

    과거 중국이 우리 당선인에게 전하는 한중관계의 메시지는 주로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를 통해 전했다. 이들 특사 방문에 는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다. 이들의 서울 방문은 당선인 특사의 베이징 방문보다 선행되었다. 이런 중국의 전통(?)에 예외가 발생한 것은 2017년이다. 탄핵 사건으로 대선이 급조된 상황 때문이었는지 중국은 당선인에 특사 파견을 중단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에도 중국은 특사를 보내지 않았다.(아래 표 참조)

    현 정부가 사드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한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중국이 과거에 특사를 선제적으로 파견하는 전통을 재개할지, 아니면 당선인의 취임식 초청에 응할지가 주목할 대목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6일 중국 특사 파견을 추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사 교환이 없을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중국 특사가 보이지 않아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한중관계 현황과 한국인의 정권교체에 대한 높은 열망을 본 중국은 메시지의 전달 방식으로 관영매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中매체의 “한중관계 직시하라”…한중 간 예속관계는 변하지 않는다는 뜻

    관영매체 사설을 통해 중국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한중관계와 중국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가득 차 있다. 우리 대선과 관련하여 <환구시보>는 대선 당일인 3월 9일에 첫 사설을 게재했다. “한중관계가 앞으로 나아가야하며,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에서 감지할 수 있듯 중국은 우리 대선 후보자들의 대중국 인식에 대한 우려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 배경으로 사설은 이번 대선에서 중국 문제가 전례 없이 조망을 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주인은 바뀔 수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한중 양국은 적이 아닌 장점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이익이 뒤섞인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협력 파트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대선 결과와는 관계없이 한중관계가 앞으로 나아가야하고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듣기 좋은 말이었다.
  • ▲ 과거 한국 대선 이후 중국이 당선인에게 특사를 보낸 사례. ⓒ
    ▲ 과거 한국 대선 이후 중국이 당선인에게 특사를 보낸 사례. ⓒ
    문제는 중국이 “청와대의 주인이 바뀔 수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중국이 우리나라 지도자와 국가의 위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왕조시대처럼 왕이 바뀌어도 한중 간 예속관계는 불변하다는 중국인의 인식이 오늘날까지 유효함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의 외교정세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하는 우리의 대중외교의 변화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고압적인 경고였다. 중국이 한중관계에서 우리를 종속적인 개체로 치부하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대중관계 의사결정이 우리의 대외정세 변화와 무관하고 이에 부합할 필요가 없다는 중국의 인식을 고스란히 전하려하는 의도를 볼 수 있다.

    사설은 이런 중국의 인식 근거로 한중 양국이 이사를 할 수 없는 이웃국가이라는 지리적 현실을 제시했다.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중국을 논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나쁜 일이 아니라고 이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동시에 우리의 문제점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중국을 논하는데 있어 객관성이 부족하고 중국을 전면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대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중국문제에 대해서만큼 이성을 회복하는 것을 급선무로 지적했다.

    中관영매체, 사드·한류공정·한미동맹 두고선 ‘상호’보다 ‘존중’에 방점

    흥미로운 사실은 사설이 사드 문제의 단계적 해결에 양국의 일치된 인식이 양국관계를 정상궤도로 올릴 수 있었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사설은 이를 추동한 배경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 문제에서 한중 양국이 기본적으로 공유한 인식을 제시했다. 이런 경험을 근거로 중국과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이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전제로 증명되었다고 주장한다. 역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한국의 안보를 담보한다는 뜻을 전하려 한 것이다. 다른 말로 한국의 대중국 종속관계를 상기시키고자하는 노력이 역력한 대목이다.

    사설은 중국의 이 같은 인식을 우리의 정체성, 즉 우리와의 문화유산논쟁 문제에도 투영하려하면서 본질을 희석하려 했다. 최근 한중 사이에서 불거진 김치와 한복 등의 논란도 큰일이 아닌 양 치부했다. 두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공통된 원천(유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오히려 양국민의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는데 매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성적인 태도와 넓은 도량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우리를 압박하고 회유하는 작금의 행태를 동북아의 지정학적 대립 구조에서 우리를 전진기지로 이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행태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사설은 우리가 한중관계와 한미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교량(교두보)이 되어야하지 누구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엄중 경고했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이에 명확한 답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당선자의 정치적 지혜와 전략적 의지가 시험 대상임을 강조하면서도 경고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 지도자가 “구름이 눈을 가린다고 해서 하늘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는 식의 문제의식을 가질 것을 요구한 것이다.

    3월 11일자 환구시보는 사설 “한중관계는 ‘존중’이 필요하나 ‘상호’를 더욱더 잊어서는 안 된다”를 통해 윤석열 당선인에게 직접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윤석열 당선자가 유세 당시 대중국 정책 기조로 ‘상호존중하는 한중관계’를 선전한데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내에 존재하는 대중국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설은 국내 일각에서 “중국이 한국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편집적인 주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주장하는 ‘상호존중’이 한국을 “평등”하게 대해야하는 중국의 책임과 의무로 전가된 것에 대한 불만을 노출했다. 더 나아가 사설은 한미관계가 공고해야만 중국이 한국을 존중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잘못된 발상에서 착안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반박했다. 하나는 한국이 독립자주 외교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중국이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도 한미동맹관계를 명확히 이해한다는 것이다. 확실한 사실은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는 이유가 한미동맹이나 다른 이유 때문에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중 양국이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서로 양해하고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다시 말해, 사설은 중국이 ‘상호존중’에서 ‘상호’도 중요하지만 ‘존중’의 중요성에 더 큰 방점을 찍는다고 역설했다. 여기서 의미하는 ‘존중’의 뜻은 중국이 한국을 존중할 뿐 아니라 한국도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존중해야한다는 것이다.
  • ▲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한줄 공약. 사드 추가배치라 돼 있다. ⓒ페이스북 캡쳐.
    ▲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한줄 공약. 사드 추가배치라 돼 있다. ⓒ페이스북 캡쳐.
    그런데 사설은 윤석렬 당선인이 ‘상호존중’을 특히 ‘3불’ 입장과 연관하여 해석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가 ‘3불’이 상호존중의 틀 안에서 달성한 사실을 부정하기 때문에 그의 자문관들 역시 사드의 추가배치를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런 당선인의 인식이 당선인 스스로 문제를 곡해하고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중국은 ‘3불’이 한중 양국이 ‘상호존중’을 실천한 결과로 자찬한다. 이로 인해 한중관계가 정상궤도로 올라 설 수 있었던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中 “한국, 중국의 합리적인 관심 존중해야 사드 문제 해결”

    사설은 사드가 한국의 방위에 필요이상의 것일 뿐 아니라 중국의 안보전략이익을 위해한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백해무익할 뿐 아니라 한국을 불안전한 지경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사드가 대중의 인기를 끄는 것도 아니고 많은 한국인들이 주장하듯 미국에 이용당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사설은 역설했다. 따라서 상호존중은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중국의 합리적인 관심을 한국이 존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훈계한다.

    사설은 한국의 진정한 안보가 한중 공동의 것으로 승화하고, 종합적이고 협력적인 지속가능한 면모를 갖춰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은 사드를 앞으로 ‘내정’이나 ‘주권’문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엄중 경고한 셈이다.

    사설은 사드 문제의 본질이 동북아에 미국이 쐐기를 박으려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1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한미동맹 재건 입장을 공표한 것에 대한 우려까지 섞인 경고였다. 사설이 한중관계를 한미관계의 부속품으로 치부하지 말 것을 잊지 않고 경고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또한 한국이 “한미동맹이 공고해야 중국이 한국을 존중한다”는 식으로 한중관계를 오독하고 오판하지 말 것도 엄중히 경고했다. ‘상호존중’의 함의를 정확히 규명하고 이해할 때 한국이 중추적인 국가가 될 수 있는 해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설교했다.

    새 대통령, 중국의 예속 시도에 강경 대응하되 ‘사실’ 기반 대응 필요

    상기한 두 사설의 핵심 논조에서 보듯 중국은 우리의 새 대통령과 정부의 대중외교 행보에 민감하다. 민감하다 못해 상당히 불안을 느끼고 있다. 중국의 불안감은 이례적인 훈계와 경고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 결과로 중국의 역설은 모순으로 가득 차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모순된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우리의 합당하고 합리적인 전략 대응을 마련하는 기초로 활용해야 한다.

    첫째, 중국이 우리를 예속하려는 시도에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청와대의 주인이 바뀌어도 한중관계가 변하지 말아야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세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정치처럼 외교도 생물이다. 대외정세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대외전략도 상응하게 변화해야한다. 한중관계도 변했다. 중국은 실제로 우리의 정체성, 가치와 영토주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해야한다는 우리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최근 설문 조사에서도 70% 이상의 국민이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표출했다.

    둘째, ‘사실기반’ 접근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인 스스로도 14억 인구와 광활한 영토의 중국을 알 수 없다고 자인한다. 중국은 우리의 대중국 이해 부족을 비판하는데 자신의 인식 논리를 고스란히 적용한다. 따라서 우리가 대중국 접근 전략을 수립하는데 한 가지 불변의 사실을 주목해야한다. 중국을 다 알기가 힘든 상황에서 유일한 최선의 방법은 사실(fact)에 근거하는 것이다. 우리의 대중국전략의 기초가 여기서 만들어져야한다. 한미동맹의 필요성과 가치를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공세적 대외행위라는 사실로 반박해야 한다. ‘3불’이 한중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리는 초석으로 기능하지 못한 사실도 지적해야 한다. 사드가 주권과 내정 문제가 아니라는 중국의 주장에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실에 근거해서 말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상호존중’ 개념, ‘국제법 준수’ 지켜지게 만들어야

    마지막으로 우리의 ‘상호존중’ 개념을 정교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중국의 비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존중’ 개념은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에서 그친다. 여기에는 이를 실천하는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중 간 상호존중은 그저 존중만 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자신의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력 동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리고 자신의 핵심이익은 타협불가사안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핵심이익을 위해 국제법, 국제규범과 제도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일관한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상호존중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중국에 국제법, 규범과 제도에 대한 엄격한 준수를 요구해야한다. 둘째, 자신의 공세적인 대외 행위가 실제로 불법적이고 합법적이지 않은 사실임을 강력히 제기해야한다. 셋째, 동북아 및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원천이 세력균형에 기초하는 사실을 알려야한다.

    세력균형이야말로 평화를 지켜내는 가장 평화적인 수단이다. 중국의 대외적인 군사적 도발과 외교 공세가 세력균형을 깨뜨리면 우리로서도 이를 저지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야한다. 중국이 비대칭적인 세력구도를 조장해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가 강력해질 때 우리도 한미동맹의 세력을 확대해야 하는, 불가피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해야한다. 즉 진정한 상호존중의 의미를 중국에 설파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