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선거팀 사무실 벽에 '이재명 당선' 인쇄물 부착국힘 "YTN, 대선 중계 자격 없어… 대국민 사과해야"YTN "의도성 없어…득표율 총합 105%, 무작위 수다"
  • ▲ 지난 20일 YTN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시민데스크 - 에필로그Y' 영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역별 득표율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그림과 함께 49%의 득표율로 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는 그림도 눈에 띈다. 현재는 삭제됐다. ⓒ사진 출처 = 에펨코리아
    ▲ 지난 20일 YTN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시민데스크 - 에필로그Y' 영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역별 득표율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그림과 함께 49%의 득표율로 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는 그림도 눈에 띈다. 현재는 삭제됐다. ⓒ사진 출처 = 에펨코리아
    유튜브 옴부즈맨 프로그램으로 자사의 '선거방송단'을 홍보하던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을 가정한 그래픽 자료가 노출된 것에 대해 YTN이 "모든 상황을 가정해 준비하는 과정이 방송에 나간 것"이라며 특정 후보의 승리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자료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문제의 그래픽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을 준비하는 선거팀이 임의로 숫자를 기재하는 와중에 나온 것으로, 방송에 잘 노출되지 않은 어떤 자료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 후보를 3배 이상 앞서는 그림도 있다는 게 YTN의 주장이다.

    그러나 언론 유관 단체들이 연합한 '20대 대통령 선거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이하 '국민감시단')'은 "통상적인 리허설 성격의 준비 방송은 수치를 구체화할 경우 후보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굳이 이 같은 자료를 만든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특정 후보의 당선을 확정하고, 방송중계를 준비한 YTN은 대선방송을 중계할 자격이 없다"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소 등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관련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명 당선' 고의 노출? 터무니 없다… 모든 상황 가정한 것"

    논란이 된 영상은 지난 20일 YTN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왔던 '시민데스크 - 에필로그Y'다. 이 영상에서 YTN의 선거방송단을 인터뷰한 프로그램 제작진은 이들이 회의 중인 사무실 전경을 수초간 공개했다.

    이때 여야 대선후보들의 득표율 등을 표기한 그래픽 인쇄물이 화면에 잡혔다. 카메라에 잡힌 그림은 대부분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울 성북 지역의 득표율을 기록한 그림에선 이 후보가 48.6%의 득표율로 윤 후보(39.5%)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고, 서울 종로에서도 이 후보가 과반이 넘는 득표율(50.5%)로 윤 후보(38.9%)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심지어 한 그림에는 49% 득표율로 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는 그래픽 자료가 부착돼 있었다.

    이 사실이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확산되며 논란을 빚자 YTN은 "선거팀이 그래픽 포맷 등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숫자를 기재한 것이 방송에 나온 것"이라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입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YTN은 "이 후보 당선을 가정한 도표 외에도 윤 후보가 서울에서 26.4%의 득표율로 이 후보를 3배 이상 앞서거나 이 후보와 윤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각 35%씩 득표해 총합이 105%에 이르는 그래픽 등도 있었다"며 "모두 무작위 수의 나열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YTN은 "제작진은 방송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한 문제 의식을 겸허히 받아들여 관련 동영상을 삭제 조치한 후 재편집해서 게시했다"며 "개표방송 시스템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방대한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YTN은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불필요한 화면 노출로 오해를 불러온 것에 대해 재차 사과드린다"면서도 "일부 정치권에서 특정 그래프만 부각해 터무니없이 선거 부정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후보 이름 명기, 득표율 수치 구체화… 그래프 만든 '저의' 의심돼"  


    방송에 노출된 '이재명 당선 확정' 그래프는 임의로 숫자를 기재하는 과정에 나온 것으로, 특정 그래프만 부각해 선거 부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YTN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감시단은 22일 세 가지 이유를 들어 "해당 영상은 통상적인 개표방송과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국민감시단은 선거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점을 문제삼았다. 생방송 중 발생할 오류와 이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개표방송 준비를 하고 있으나,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후보의 이름과 수치가 제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리허설 성격의 준비 방송은 수치를 구체화할 경우 후보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 국민감시단은 "후보의 이름을 사용할 경우에는 유력 후보 두 사람, 혹은 네 사람 모두를 승리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현재 여론조사 결과와, YTN 화면에 노출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수치가 너무 다르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실과 매우 동 떨어지는 수치임에도 불구, 제작진이 소수점 이하까지 제시해 현재 여론조사 추세와 역행하는 조사 결과를 만든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게 국민감시단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국민감시단은 "이재명 후보의 열세가 구체화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되자, 여권에서 선거조작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항간의 풍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민감시단은 "이런 민감한 시기에 YTN이 소수점 이하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열세 후보가 큰 폭으로 앞선다는 수치를 노출한 것은, 보기에 따라 YTN이 부적절한 일부 세력과 손을 잡고 선거 조작 방송 리허설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위중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셋째, 상기한 가정이 모두 틀렸다고 해도 현재 선거 운동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특정 후보가 유리하다고 하는 것 자체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국민감시단은 주장했다.

    국민감시단은 "이러한 영상은 아직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쏠림 현상 효과를 주는 등 사전 선거 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며 "YTN 경영진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번 사안에 관련된 인물 전원을 개표방송 업무에서 배제하고,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즉각 자체 조사에 나서 빠른 시일 내에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TN 사무실, '이재명 캠프 사무실'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아"

    국민의힘 공정방송감시단장을 맡고 있는 황보승희 의원은 "YTN이 역사상 유례가 없는 불공정방송,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며 "영상에 공개된 곳은 방송국 사무실이 아니라, 이재명 선거캠프 사무실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고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YTN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황보 의원은 "국민의힘은 그동안 YTN에 방송법이 규정한 공정방송의 의무를 다해 달라고 수십 차례 당부했고, 그럼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아서 직접 찾아가 호소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지난 달 '뉴스가 있는 저녁' 앵커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올라갔어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된다'며 집권여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김혜경 공금횡령 의혹 보도에서는 '과잉의전'이라며 법적 문제를 도덕적인 문제인 것처럼 사건을 축소보도했다"고 비판했다.

    황보 의원은 또 "4개 여론조사 기관 중 3개 기관이 윤석열과 이재명 지지율 차가 4~9%p까지 난다고 발표했는데, YTN은 가장 작게 차이가 나는 0.5%p 자료를 내세워서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이 '초박빙'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제소를 해도 YTN은 꿈쩍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황보 의원은 "이런 와중에 YTN은 '에필로그Y'를 통해 회사 내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선거방송단을 소개하며 온통 이재명 후보가 큰 표 차로 윤석열 후보보다 앞서는 그래픽과 '이재명 후보 당선 확정'이라고 붙은 자료까지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과연 이런 일이 선거방송단에만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무실에도 이런 식으로 이 후보의 당선을 확정하고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한 황보 의원은 "특정 후보의 당선을 확정하고, 방송중계를 준비하고 있는 YTN을 국민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YTN은 대통령 선거에 희망을 거는 국민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더 이상의 불공정, 편파왜곡 방송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황보 의원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소 등 강력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