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훈련 여러번으로 대규모 훈련 대신할 수 없어… 장교도 반복훈련을"文정부, 2019년 한미훈련 축소 “소규모 훈련 계속해서 대북억지력 문제없어” 주장
  • ▲ 데이비드 버거 美해병대 사령관. 사진은 2016년 태평양 해병사령관 시절에 촬영한 것이다. ⓒ美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 데이비드 버거 美해병대 사령관. 사진은 2016년 태평양 해병사령관 시절에 촬영한 것이다. ⓒ美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미국 해병대 사령관이 2018년 이후 중단했던 한미연합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은 훈련 여러 번 한 걸 합쳐서 대규모 훈련을 한 셈 칠 수는 없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군 당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소규모 부대 여러 번 훈련한 걸 대규모 훈련 1번 한 셈 칠 수는 없다”

    데이비드 버거 미국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국방산업협회(NDIA)가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버거 사령관은 한미연합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재개해야 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소규모 훈련이 대규모 훈련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 두 번째는 대규모 실기동 훈련은 적에게 메시지를 줌으로써 억지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버거 사령관은 “소규모 훈련은 하위부대 지휘관들이 집중해서 배워야 할 전술을 연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 가치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규모 훈련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5개 소규모 부대가 각각 훈련을 실시한 것을 두고 해당부대 병력들이 모두 참가한 대규모 훈련 한 번을 한 셈 칠 수는 없다고 버거 사령관은 설명했다. 대규모 훈련은 참가 병력들이 혼연일체가 돼 대규모 전략·전술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에 소규모 부대 훈련과는 지향점이 전혀 다르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급 장교들도 훈련을 반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 잠재적인 적에게 메시지 보낼 수 있어”

    버거 사령관은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재개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은 잠재적인 적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억제력이 적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메시지를 보내는 전략을 뒷받침한다면 우리는 대규모 훈련을 일정한 빈도로 실시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우리가 믿을 만한 (억지)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잠재적인 적들에게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말하지만 파워포인트는 믿을 만한 억지력이 안 되지만 훈련은 억지력이 된다”며 “적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훈련은 매우 효과적인 억지력”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워게임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으로 작전 설명이나 하는 건 적을 막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 ▲ 지난 7일 끝난 미일합동훈련 '노블 퓨전' 중 일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 장병들이 美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에 내리는 모습. ⓒ美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 지난 7일 끝난 미일합동훈련 '노블 퓨전' 중 일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 장병들이 美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에 내리는 모습. ⓒ美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방송은 버거 사령관의 주장을 소개한 뒤 “매년 3~4월 한미 연합군이 실시하던 대규모 기동훈련 독수리훈련은 2019년 공식 폐지됐고, 3월에 실시하던 키리졸브(KR) 연습과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이후 연합지휘소 훈련(CPX)로 축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최근에 실시한 한미연합훈련은 2021년 8월 후반 연합지휘소 훈련으로, 실제 기동훈련 없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버거 사령관의 주장은 4년째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 한미 양국 군 지휘부를 향했다는 해석이 국내에서 나온다. 한미 양국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관계와 코로나 대유행을 이유로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우리 군 당국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을 CPX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시해도 문제없다”고 주장해 왔다.

    “대규모 실기동 훈련 대신 소규모 연합훈련만 해도 괜찮다”는 한국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2019년 3월 키리졸브 훈련을 없애고 대신 연합지휘소연습인 ‘19-1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군은 “한미연합 간 대규모 기동훈련은 안 하지만, 대대급 부대들 간의 한미연합훈련은 계속 이뤄진다”며 “대북억지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대급 한미연합훈련을 수십 차례 하는 것이 연 2회의 대규모 기동훈련을 한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었다.

    한편 우리 군이 대규모 병력이 참여하지 않는 한미연합훈련을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점차 확대 실시하고 있다.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지난 2월 1일부터 7일까지 필리핀해 인근에서 '노블 퓨전'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는 미해병대와 미해군, 미공군, 일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 해상자위대가 참가했다.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3일까지 ‘킨 엣지’ 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지휘소훈련이지만 일본 자위대 기지와 주일미군 요코타 공군기지,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동시에 진행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미 해병대 제3원정군 병력 3000여 명과 육상자위대 제9사단 등 일본 병력 1400명이 참가한 ‘레졸루트 드래곤’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군 구축함과 대잠초계기,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과 헬기호위함이 남지나해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함께 잠수함 훈련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