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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 칼럼] '대화를 통한 평화통일'이라는 허구(虛構)

북한은 한국과 미국 선거 때나 미국에 생떼를 쓰려할 때 핵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을 해왔다. 올해에는 한국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고,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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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1-25 16:27 | 수정 2022-01-25 16:36

▲ 북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다. 아직까지 시험발사는 하지 않았다. ⓒ뉴시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동상이몽의 '평화 쇼'가 5년만에 막을 내릴 조짐이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과 양국 정상 부부의 백두산 등반, 세 차례에 걸친 트럼프·김정은 회담 등 화려한 쇼가 잊혀질 즈음 김정은의 ICBM 발사와 핵실험 재개 협박으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과 '평화통일'이라는 환상과 굴종의 대북정책이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

중동 순방 중에 문 대통령이 예멘 반군의 아랍에미리트(UAE) 드론 공격에 대해 “중동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데 이어 1월 18일 예멘 반군의 중동 선박 나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규탄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당혹스럽게 들린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4차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이란 표현조차 못하면서 ‘대화’만을 외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핵·ICBM 재개 협박

1차 발사 당시 “대화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던 문 대통령은 2차 발사 후에는 “대선을 두고 연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우려된다’며 국가안보 걱정 대신 대선에서 여당후보에 미칠 악영향부터 걱정했다. 해외 순방 중 4차 발사 때는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무장강도가 침입한 은행 경비책임자에게 “(대화를 통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수습하라”고 지시하는 격 아닌가?

북한의 신형 미사일 연속 발사에 대해 미·영 등 6개국이 ‘규탄’ 성명을 냈지만 막상 한미방어망을 무력화시킬 음속 10배 속도의 극초음속미사일을 코앞에 두고 있는 한국은 북한의 눈치나 살피며 북한 규탄에 불참했다. 북한의 4차 발사 후 다시 유엔안보리 회의가 소집(현지시간 1월 20일)되자 북한은 ‘(대미)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겠다며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하겠다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일 안보리 회의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저지로 대북 추가제재는 물론 성명서 채택조차 실패했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등 8개국이 별도 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를 촉구했지만 한국은 시종 ‘대화’ 타령만 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대북제재 해제를 노리는 북한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 정부는 ‘종선선언’과 ‘평화통일’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통일’

1989년 11월 베를린장벽 해체와 12월 미소(美蘇)간 몰타선언으로 냉전이 종식되었고, 1991년 12월 소연방(蘇聯邦) 해체에 이어 1992년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냉전종식 움직임과는 별개로 김일성 일가의 세습체제로 핵탄두와 탄도미사일 개발 등 더욱 호전적인 독재체제를 굳혀나갔다.

김대중 정부는 소위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개혁·개방과 남북한간의 긴장완화를 추구했지만 결국 북한에게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과 자금만 벌어준 결과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며 “대도약의 기회”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순방 중이던 2018년 9월 25일 미국 ‘폭스뉴스(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통일 대박 외치던 분들이 정부가 바뀌니까 정반대로 비난을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우파진영이 ‘평화통일’을 반대하고 있다”는 뜻이겠지만,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당시에도 좌우를 떠나 많은 국민들이 한반도의 현상황이나 통일비용 부담 등의 이유를 들어 “통일이 도박이냐”며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전쟁을 통한 폐허 속의 통일이 아니라 전쟁 없는 ‘평화통일’이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대놓고 위협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우리가 주장하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통일’이라는 구호는 세상에서 가장 비민주적인 세습통치 독재국가의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듯이 구호 자체가 실현성 없는 허구(虛構)이다.

평화는 강하게 염원하면 이루어지는 것인가?

이집트 방문 중 문 대통령은 “현 상황을 봤을 때 평화 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강하게 염원할 때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화를 염원하지 않아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4세기 로마의 군사 저술가 베게티우스(Publius Flavius Vegetius Renatus)는 ‘평화의 시기에 전쟁을 준비하라 (In time of peace, prepare for war)’고 했다. 이후 마키아벨리, 조지 워싱턴, 케네디 대통령 등도 같은 주장을 했다. 핵을 가진 자와 핵이 없는 자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양측에 동등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회사 경영에 있어서 경영권을 탐하는 적대적 투자자가 과반의 지분을 취득할 때까지 방관하고 있던 주주들이 대화와 협상으로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그동안 무력시위와 도발을 지속적으로 벌인 자들과 회담을 하면서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사정하듯 겨우 ‘유감’ 표시만을 얻어내며 북한의 항의에 눌려 ‘도발’이란 말조차 꺼내지 못하면서 우리가 북한을 포용하는 평화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대란’ 또는 ‘쪽박’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동맹’의 힘으로 북핵에 맞서야

 나폴레옹은 “하나의 적과 너무 자주 싸우면 결국 적에게 우리의 모든 전술을 가르쳐주는 결과가 된다 (You must not fight too often with one enemy, or you will teach him all your art of war.)”고 했다. 북한은 지난 20여년에 걸친 우리의 대북정책을 꿰뚫고 있다. 2000년 이래의 남북정상회담들은 ‘만남’의 의의만 있었을 뿐 한발짝의 진전도 없다. 우리가 ‘대화’를 위해 제공한 대북경제지원은 결국 북한의 핵개발을 위한 자금과 시간을 벌어주고 한반도 갈등 증진과 북한의 세습체제의 번영만 가져다 준 결과가 되었다.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을 지탱하는 생명줄인 핵을 자신의 목숨이 걸리지 않는 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화’ 외침에도 불구하고 취임 후 현재까지 북한은 미사일을 30여 회에 걸쳐 50여 발 발사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12회 19발, 박근혜 정부 3년에 5회 8발에 비하면 엄청난 도발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까지 웃음거리로 만들며 국제사회에서 비웃음을 사고 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 선거 때나 미국에 생떼를 쓰려할 때 핵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을 해왔다. 올해에는 한국에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가 있고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현 상황에서 북의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 위협은 빈말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5년에 걸친 ‘종전선언’과 ‘평화통일’이라는 동상이몽이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있다.

남북한의 문제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역과 진영의 문제다. 북한 눈치보며 우리가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상황에서 핵을 앞세우고 있는 김정은에는 ‘동맹’을 앞세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누가 과연 진정한 우리의 동지이고 ‘동맹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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