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외 선전 ‘외국문출판사’… 새해 달력서 김일성 부모·부인 기념일 처음 삭제통일부는 2022년 달력에 김씨 일가 생일, 노동당 창건일, 인민군 창건일 강조
  •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제작한 2022년 달력의 표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제작한 2022년 달력의 표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4일 “국영 외국문출판사가 제작한 새해 달력에서 김일성의 부모와 부인의 생일·사망일을 표기하지 않고 모두 뺐다”는 북한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 동안 김일성·김정일·김정은뿐만 아니라 김일성의 부모와 조부모, 친척, 형제 등을 모두 우상화 대상으로 삼고 선전활동을 벌였다.

    “北 국영 외국문출판사, 김일성 부모와 부인의 생일·사망일 표기 안 해”

    외국문출판사는 외국어로 된 대외선전용 도서와 출판물을 찍어내는 국영 기업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외국문출판사가 매년 제작하는 달력에는 김일성의 부모·부인의 생일과 사망일이 특별히 눈에 띄게 표시돼 있었는데, 올해 달력에서는 사라졌다”며 “주민들이 의아해한다”고 전했다.

    “김일성 부모나 부인 생일은 휴일이 아니었음에도 매년 달력에 생일과 사망일을 명확히 표기해왔다”고 전한 소식통은 “그런데 외국문출판사가 제작한 2종류의 대외선전용 달력에는 다른 기관이 제작한 달력과 달리 김형직(김일성의 부친)·강반석(김일성의 모친)·김정숙(김일성의 본처이자 김정일의 생모)의 생일과 사망일 표기는 물론 설명 문구까지 싹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공개한 문제의 달력에는 김정일 사망일인 12월17일도 특별한 날로 표기하지 않았다. 다만 달력 왼쪽에 김정일이 언제 사망했는지 작은 글씨로 설명해 놓았을 뿐이다. 또한 이 달력에는 김정은 생일도 표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성의 삼촌·동생 이름도 각급 기관·단체·학교 명칭서 사라져

    소식통은 특히 김정숙의 생일과 사망일 표기가 없어진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김일성·김정일과 나란히 ‘백두산 3대 위인’ ‘백두산 3대 장군’으로 불렸던 김정숙의 생일과 사망일을 달력에 표기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는 볼 수 없다”며 “당의 방침에 따른 것 같다”고 소식통은 추측했다.

    중국에서 외화벌이를 한다는 소식통 또한 “숙소에 외국문출판사의 달력이 있는데 김형직·강반석·김정숙의 생일과 사망일 소개 문구가 없다”며 “이 달력은 선양에 있는 북한 영사관이 직접 배포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소식통은 “다른 곳도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는 외국문출판사가 달력에 김일성 부모와 부인의 생일·사망일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중앙의 지시(김정은의 지시)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통일부가 제작해 국회 등에 배포한 2022년 달력 중 2월. 북한 인민군 창건일과 김정일 생일이 설연휴와 같은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제공.
    ▲ 통일부가 제작해 국회 등에 배포한 2022년 달력 중 2월. 북한 인민군 창건일과 김정일 생일이 설연휴와 같은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제공.
    소식통은 “이번 일은 최근 몇몇 기관·단체·학교 명칭에서 김일성과 그의 삼촌 김형권, 동생 김철주의 이름이 빠지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외선전용 달력에서 김정은의 일대기를 새로 표기하고, 김일성과 직접 관련된 표기를 없앤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외국문출판사는 달력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삭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19일 SBS와 연합뉴스는 "외국문출판사의 2022년 달력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에는 붉은색 테두리를 두 번 둘러 강조한 반면 1월8일 김정은의 생일은 붉은색으로 표기하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통일부, 2022년 달력에 김일성·김정일 생일, 인민군 창건일 등 붉은 색 표기

    한편 통일부는 북한의 4대 기념일을 붉은색으로 표기한 달력을 국회에 배포했다. 그런데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등을 우리나라 공휴일과 같이 붉은색으로 표기한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12월31일 임태희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 총괄상황본부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부가 제작한 2022년 달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본부장에 따르면, 통일부는 2200만원을 들여 탁상달력 2000부를 제작해 국회에 배포했다.

    통일부가 제작한 달력이 북한의 모든 기념일을 표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4대 국경일’인 인민군 창건일(2월8일), 김정일 생일(2월16일), 김일성 생일(4월15일), 북한정권 수립일(9월9일)을 우리나라 공휴일과 같은 붉은색으로 표기했다.

    반면 천안함 폭침, 1차 연평해전, 2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도발, 핵무기 보유선언, 핵실험 등 북한이 도발을 저지른 날짜는 모두 검은색으로 표기했다. 김정은 생일로 알려진 1월8일도 검은색으로 표기했다.

    국민의힘이 달력 문제를 비판하자 통일부는 유감스럽다며 해명을 내놨다. 

    통일부는 “해당 달력은 예전부터 제작해온 내부 참고용”이라며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데 대해 유감”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4대 국경일에는 대남도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붉은색으로 표기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