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통일부 달력에 北 정권 수립일 등 '설날'과 같은 붉은 글씨로野 임태희 "이인영 지침 아니면 일어나기 어려워" 사과·사퇴 촉구
  • ▲ 통일부가 만든 2022년 달력.
    ▲ 통일부가 만든 2022년 달력.
    통일부가 만든 내년 달력에 '김일성·김정일 생일' '조선인민군 창건일' 등이 공휴일과 같은 빨간색으로 표기된 점을 두고 야권이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임태희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황본부장은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력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는데, 2021년까지 이런 내용(김일성 생일 기재)이 없었고 2022년도에 처음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남북관계에 대해 걱정하는 국민을 위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인영 장관의 지침이 아니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전제한 임 본부장은 "도대체 어떤 심경, 배경으로 (달력에) 4대 국경일을 빨간색으로 해놓은 것인지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깨끗이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일부 달력에 김일성·김정일 생일 붉은색으로

    임 본부장이 확보한 통일부의 내년 탁상달력에는 2월8일(화요일), 2월16일(수요일)에 각각 빨간 글씨로 '北, 조선인민군 창건일(48)' '北, 김정일 생일(42)'이라고 적혀 있다. 2월1일(화요일)인 설날과 같은 붉은색이다.

    괄호 안 숫자는 인민군이 창건된 1948년과 김정일이 태어난 1942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4월15일 김일성 생일과 9월9일 '北, 정권 수립일'도 모두 붉은색으로 표기됐다.

    2월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 '北, 핵무기 보유선언', 12일 '北, 3차 핵실험', 1월8일 '北, 김정은 위원장 생일' 등은 검은색 글씨다.

    북한 내 주요 이슈를 붉은색 글씨로 표기했지만, 국내 주요 보훈일은 검은색으로 해놓으며 논란은 커졌다. 6월15일 '제1차 연평해전', 6월25일 '6·25전쟁일', 6월29일 '제2차 연평해전', 11월23일 '연평도 포격' 등이다.

    野 외통위원들 "대북 굴종적 사고방식 적나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일성·김정일 생일을 광복절처럼 앞세운 통일부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통일부는 국민 혈세 2200만원을 투입해 2022년 달력을 제작했고, 국회에 배포했다. 이 달력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을 박수라도 치면서 축하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우리 국군의날은 일반 검정글씨로, 북한 조선인민군 창건일은 붉게 기념일로 표시한 행태를 대북 굴종이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은 의원들은 "이번 통일부 달력은 문재인정부가 지난 5년간 보여준 대북 굴종적 사고방식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를 언급하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담화에서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난한 구절을 인용했다.

    "공식·비공식 여부를 떠나 이 망국적 달력은 엄연히 우리 국민의 혈세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한 의원들은 "북한의 기념일을 대한민국 국경일과 동격으로 놓고 내부자료이니 괜찮다는 주장 역시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의원들은 이어 "문재인정부와 통일부장관은 문제의 달력을 전량 회수, 폐기하고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라"고 주문했다.

    통일부는 그러나 의원들의 비판에 유감스럽다는 견해를 내놨다. 차덕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통일부 달력은 예전부터 제작해온 내부 참고용"이라며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차 대변인은 "통일부 달력은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통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남북관계 관련 업무에 참고해야 할 북한 주요 일정 등을 담아 내부 참고용으로 제작해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